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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세개혁 급조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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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2-28 22:46:12 수정 : 2012-02-28 22: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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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부자증세 자칫 역효과 불러
표심 얻기 위한 편가르기 발상 위험
총선을 앞두고 복지재원 확충을 위한 부자 및 대기업 증세 문제가 여야 정책 대결의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차기 정부 5년간 세제 개혁 5조원, 세출 절감 6조원 등 연 평균 11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방안이지만 민주통합당은 연 평균 15조∼16조원의 조세를 추가로 확충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통합진보당은 연 평균 39조원 규모의 부자증세를 포함해 총 60조원의 복지재원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경제학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당이나 야당이나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어 복지에 쓰자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1대 99’라는 용어까지 나오며 국민 편 가르기를 하는 현실을 보면 어쩌다가 우리의 중산층이 몰락해 이런 극단적인 용어까지 등장하게 됐는가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이러한 부자 증세 논의에서 주의해야 할 점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증세는 결국 근로 의욕을 저하시켜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부유한 사람이라고 세금을 더 거둔다면 같은 시간 동안 일을 해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돈이 적어지므로 일을 덜하게 될 것이고,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지원해 주면 일을 하지 않아도 살 만해지기 때문에 역시 일을 덜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금을 더 물게 되는 곳이 기업이라면 그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사람의 소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기업에 높은 세금을 물리는 것은 자칫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물론 정부가 어떤 사업을 하고자 해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세금을 거둘 수 있다. 세금이란 정부가 아무런 보상을 해주지 않고 개인이나 기업에게서 받을 수 있는 돈이므로, 정부나 정치인 입장에서 보면 세금을 통한 재원 확보는 별다른 노력이 필요 없는 환상의 해법이다. 하지만 세금은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제의 생산력을 떨어뜨리므로 세금을 늘리는 작업은 오랜 검토와 논의를 거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으로 시행해야 한다.

둘째, 부자 증세 논의에서 주의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시기이다. 현재 세계 경제의 위기로 한국의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며, 정부로서는 이에 대한 어떤 대책을 세우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이런 정부의 대책에는 재원 확보가 필요하고 결국에는 세금을 증가시키는 것이 해법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증세 논의가 이렇게 진행돼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특히 총선이 2개월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정치권에서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과 국민의 편 가르기를 강요하는 부자증세라는 용어가 등장했다는 점을 보면 정치권의 의도를 순수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

이렇게 민감한 증세에 관한 것은 당연히 오랜 시간을 두고 이루어져야 하며, 최소한 중요한 선거 직전에 급조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이렇게 거둔 세금을 실제로 집행하는 사람이 정치인들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국민이 어렵게 일해서 벌어들인 소위 ‘혈세’를 낭비 없이 현명하게 사용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현재 정치권의 부자 증세 논의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하며, 문제가 제기된 방법과 시기가 매우 적절하지 못하다. 단,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대기업과 부자들이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납세 책임을 다한다면 정부의 재원 확보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 이러한 감정적인 논의가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또한 책임감 없이 증세라는 손쉬운 탈출구만을 찾기보다는 효율적인 행정과 철저한 과세를 위해 고민하는 자세를 먼저 보여야 할 것이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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