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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치이념에 물드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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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1-11 08:01:03 수정 : 2011-11-11 0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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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신념을 왜 학생에 강요하나
창의성 말살하는 세뇌 추방해야
요즘 수업시간에 특정 인사를 정치적으로 비방하고 저속한 욕설을 남발하는 교사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대법원, 헌법재판소의 영감탱이 법관 ××들이 꼴통 짓을 하고 있다”, “부자들은 민주주의의 적”, “장차관은 미국의 간첩”이라는 등의 도발적인 표현을 학생들에게 주저 없이 사용한다. 설상가상으로 신문지상에서는 차마 언급하기조차 민망하고 수치스러운 욕까지도 서슴지 않는다니 교사로서의 자질과 기본소양에 대한 우려마저 들 지경이다.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입장표명은 더욱 가관이다. “헌법 1조의 민주주의 공화국을 힘들게 하는 것이 현 정부라고 판단해 비판했다” “재미있게 수업을 하려다 보니 욕을 했다”는 것이 이들의 변명이다. 특히 이들은 “균형 잡힌 시각을 강조했고, 객관성·공정성을 확보하려고 했다”고 주장한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선생님이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는 것이 학생들의 말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쳐진다면 이는 교사의 책임이다. 수업은 소통을 필요로 하고 소통에 대한 주도권은 주로 교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교사는 자신의 언행이 학생에 의해 어떻게 수용되고 해석되는가에 항상 유념해야 한다.

문제가 된 교사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분명 해당 교사가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학생들에게 주입하려 했다고 믿고 있다. 교사의 사적인 정치적 신념을 어린 학생에게 주입하고 강요하는 행위는 곧 세뇌인데 이는 학생들의 독자적 판단력과 인격을 무시하는 비윤리적인 방법이며 때에 따라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친부모를 반역으로 고발한 나치의 청소년 친위대, 문화혁명의 전위대였던 홍위병, 그리고 캄보디아에서 자행된 처참한 학살의 행동대원이었던 폴포트의 추종자 대부분이 특정한 정치적 이념에 의해 세뇌당한 소년들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가치를 지향하는 인간의 행위이다. 즉 교육은 항상 바람직한 것 또는 좋은 것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가치지향성은 교육의 목적, 내용, 방법 등의 전 과정을 규제하는 가장 중요한 윤리이자 도덕적 기준이다.

달리 말하면 아무리 좋은 의도를 전제로 한 교육이라도 그 방법이 잘못됐다면 좋은 교육이 될 수 없다. 구타가 교육의 방법이 될 수 없듯이 세뇌 역시 어떠한 때에도 교육의 방편이 돼서는 안 된다.

일부 교사들은 “교사가 가르치는 것을 학생들이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반론한다. 별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우리 같은 유교 문화권에서 학생에 대한 교사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교사의 위상도 달라진다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교사의 말을 존중하고 무서워한다.

실제로 필자 학교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맹목적인 반미관을 갖게 된 동기를 물으면 거의 대부분이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시절 교사로부터 그렇게 배웠다고 대답한다. 무릇 교직의 진정한 권위는 교사의 전문지식과 인격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교사가 자신의 주관적 판단에 의거해 수업시간에 어떤 말이든 할 수 있다는 발상은 교직의 자율성에 대해 왜곡된 해석이다. 교사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신념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다. 그러기에 어느 선진국에서도 교사가 학생에게 특정한 정치이념이나 종교적 신념을 설파하는 것은 용인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교실에서의 정치이념 수업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능력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세뇌이기 때문이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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