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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금의 사전적 의미는 거래를 할 때 거래 의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앞서 치르는 금액이다. 부동산 거래나 물품 거래 등을 할 때 구매자가 거래가의 일부를 판매자에게 미리 지급하는 것이 선불금이다. 지급액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합의로 결정하는데 대체로 전체 매매가의 10% 안팎이다.
선불금은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는 ‘악성부채’로 통한다. 업주가 여종업원이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업소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일정액을 지급해 발을 꽁꽁 묶어 놓기 때문이다. 유흥업소들은 드레스와 화장품, 하숙비 등의 명목으로 신참 여종업원에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선불금을 지급한다. 여종업원은 이 돈을 갚을 때까지 업소를 벗어날 수 없다. ‘마에킨(前金)’이라고도 불리는 선불금에 자유를 속박당한 채 지긋지긋한 윤락행위를 계속해야 한다. 업주는 ‘고객’으로부터 화대를 받아 선불금을 갚으라고 강요한다. 이래서 ‘선불금은 여종업원들에겐 멍에이자 악성부채’라는 말이 나왔다.
선불금을 둘러싼 업주와 여종업원 간의 민사소송도 곧잘 벌어진다. 소송은 주로 여종업원이 선불금을 다 갚지 않고 ‘탈출’했을 경우 업주가 제기하거나 선불금을 미끼로 윤락을 강요당해 견디지 못한 여종업원이 제기한다. 유흥업소에서의 선불금은 민법상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돼 갚을 필요가 없다. 유흥업소 선불금은 성매매를 전제로 서로 돈을 주고받거나 맡기는 것으로, 성매매라는 불법을 원인으로 제공한 돈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도 선불금의 채권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윤락행위를 알선 또는 강요하는 것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므로 선불금을 채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취지다.
최근 유흥업소 여종업원 선불금 가짜 서류를 담보로 업주에게 1546억원을 불법대출해 준 제일저축은행 임직원 8명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73개 유흥업소 업주에게 ‘여종업원 선불금’ 가짜 증명서 등을 담보로 대출해 줬다고 한다. 전체 대출액 가운데 회수된 금액은 325억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은행 임직원들을 ‘허수아비’로 만든 유흥업소 업주들의 기막힌 대출 수법에 놀라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지원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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