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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저축銀 사태 바로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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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6-06 21:52:17 수정 : 2011-06-06 21: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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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부도덕이 키운 검은돈 커넥션
비리 정·관계 인사 성역없는 수사를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의혹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비리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명령 이후 개별은행 임직원의 불법대출과 횡령 혐의로 시작된 조사는 금융감독원과 감사원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연루된 초대형 비리사건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축은행이 권력을 가진 사람의 자리봐주기와 검은돈의 온상이 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할 수 있다.

조하현 연세대교수·경제학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인해 자금이 저축은행으로 몰렸음에도 자금운용과 그에 대한 감독은 정말 엉망이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감사위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저축은행 임원이 정관계에 뿌린 금품의 액수가 100억원에 달하며 핵심 권력기관의 고위인사가 줄줄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가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사정기관인 금감원, 감사원, 국세청, 청와대의 인사들이 로비 의혹을 받는 현실에 대해 국민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저축은행들이 비리와 부실로 얼룩지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저축은행 부실화의 시발점은 2006년 시행된 ‘8·8클럽 조치’와 관련이 깊다. 8·8클럽이란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비율 8% 미만을 충족하는 저축은행을 의미하며, 정부는 이들 저축은행에 대해 자기자본 20% 이내에서 대출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이러한 대출규제 완화는 저축은행의 몸집 불리기를 부추겨 자본건전성보다는 외형 확대와 수익성 제고에 치중하게 만들었다. 이때 많은 저축은행이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유혹에 빠져들게 됐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금융기관이 사업 자체의 수익성을 보고 돈을 빌려 주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부동산시장이 된서리를 맞자 분양이 어려워지고 건설사가 주저앉으면서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저축은행이 부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부실을 막기 위한 통제장치가 존재함에도 제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처럼 수익성이 높으면서 동시에 위험성이 큰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 등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루어져야 함에도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다. 이는 금융기관의 사외이사 또는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이 선정 단계에서부터 경영진의 입김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련 전문성이 떨어짐에도 경영진의 특혜적 조치에 의해 선정된 무능력 인사가 경영진의 뜻에 반하는 업무 부실을 체크하기란 불가능하다. 외부통제 측면에서도 이번에 드러난 바와 같이 금융감독원 직원이 저축은행의 부실 업무를 감독하기보다는 뇌물을 받고 오히려 경영진의 불법대출과 같은 비리행위를 도와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저축은행 비리사태의 처리 방향은 로비 의혹을 받은 고위간부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부실 책임의 규명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이번에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금융감독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혁신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으며 여야 합의에 의해 국회를 통한 국정조사까지 예정돼 있다. 그것이 부족하다면 특별검사제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번 사태의 불법성을 파헤치고 관련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에 관련없이 처벌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정관계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비리세력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가 가능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금융감독시스템의 신뢰성 복원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각 금융기관 사외이사들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최고경영자를 적절히 견제할 수 있도록 리스크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조하현 연세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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