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지 얻는 이념지향점 찾아야 오는 6월부터 새로운 노동문화를 기치로 한 ‘국민노총’(제3노총)이 출범할 예정이다. 한국노총·민주노총의 양 노총 체제와는 다른 탈이념·탈투쟁의 ‘생활형 노동운동’을 펼 것을 표방하고 있다. 이들은 7월 복수 노조 허용을 앞두고 삼성·포스코 등 비노조 대기업 근로자를 새로운 노총의 기치하에 조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국민노총은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서울메트로노조와 서울지방공기업노조, 현대중공업노조 등이 결성한 연합체인 ‘새희망노동연대’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일부 완성차업계, 민간조선사와 제약회사가 참여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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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 |
국민노총의 출범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투쟁만을 내세우는 강경 노동운동에 대한 노동조합원들의 불만족이 결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8년과 2009년을 비교하면 강경노선인 민주노총은 10.6%나 조합원수가 줄어들었다. 민주노총의 과격한 투쟁노선에 대한 일선 노조원의 반발이 민주노총에 대한 탈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상급단체에 가맹하지 않은 독립노조의 조합원수는 동 기간 중 10.2%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즉, 민주노총을 탈퇴한 대부분의 노조들은 한국노총에 가입하기보다는 미가맹으로 남는 옵션을 선택해, 독립노조의 노조원 비율은 19%에 달하며 그 숫자도 31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독립노조의 급증은 현존하는 한국의 양 노총에 대한 근로자들의 실망을 반영하는 것이다. 국민노총은 최근 증가하는 독립 노조를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
국민노총의 출범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국민노총은 아직 노총으로서의 틀을 갖추지 못한 현재 진행형의 조직일 뿐이다. 전국적 형태를 갖추지 못한 느슨한 연대일 뿐이며 가입할 것으로 거론되는 단체도 아직은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국민노총의 가치지향점이 불확실한 것도 지적된다. 현재 한국의 노동운동은 온건한 경제적 노동운동의 한국노총과 투쟁적이며 정치적인 민주노총으로 양분돼 있다. 제3의 노총으로 크기 위해서는 기존 노동세력과는 다른 새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야 한다. 제3노총으로 발전하려면 새로운 이념적 지향점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이 있어야 한다.
국민노총이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향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현재 1600만 임금근로자 중 40% 정도인 640만명이 단기, 하청, 용역, 파견근로자 등의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열악한 근로조건하에서도 노조 결성률은 불과 2∼3%밖에 안 된다. 정규직 근로자의 22%에 비하면 아주 낮은 비율이다. 비정규직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경우 고용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국민노총이 비정규직의 조직과 보호에 적극 나선다면 근로자의 호응도도 더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국민노총의 시작은 직장인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과 더불어 기존의 노총들에게도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노총의 출범을 두고 노동계에 근본적인 변화의 바람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과 일과성 해프닝에 불과할 것이라는 상반된 시각이 공존하고 있지만, 국민노총의 등장이 복수노조시대 개막이 가져온 새로운 흐름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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