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이언스리뷰] 석면재앙의 공포

관련이슈 사이언스 리뷰

입력 : 2011-01-06 09:28:13 수정 : 2011-01-06 09:28:1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잠복기 지나 본격 발병단계 진입
2011년부터 시행된 구제조치 확대해야
작년 12월 감사원의 석면 관리실태 감사에 따르면 수입 금지된 석면 제품이 대량 수입·유통된 것으로 드러났고, 2009년에는 발암성 물질인 베이비파우더와 화장품에서 석면이 검출되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철역 곳곳에서 검출되면서 ‘죽음의 먼지’로 불리는 석면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조용성 고려대 교수·식품자원경제학
우리말로 ‘돌솜’이라 불리는 석면은 암석 중에 들어 있는데, 아주 작은 크기의 섬유로 잘 쪼개져서 실을 뽑을 수도 있고 천으로도 만들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또한 가볍고 불에 타지 않으며 유리섬유에 맞먹는 강도를 지녀 한동안 기적의 광물로 자리매김 했었다. 전 세계적으로 석면 슬레이트와 같은 건축자재는 물론 방화재, 보온재, 단열재, 심지어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용재 등 30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면서 큰 인기를 누렸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서서 석면섬유가 폐암, 후두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선진국에서는 1980년 이후 사용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현재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지정돼 있으며, 폐암을 비롯해 흉막이나 복막에 암이 생기는 증상인 악성 중피종 등과 같은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석면과 광섬유 등으로 인한 진폐증 환자는 2004년 62명에서 2008년 93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고,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중피종 사망자는 1999년 16명에서 2003년에는 33명으로 늘었다.

석면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치명적인 요소는 잠복성이다. 석면 노출 잠복기는 대략 10년에서 30년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 등이 학교와 공공건물 등에 많이 사용됐고, 해당 건물들이 노후되면서 공기 중으로 석면 가루가 날리게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석면 피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발생한 석면작업병자의 많은 수가 2005년 이후 발생했으며, 과거 석면 수입이 1970∼80년대에 집중돼 있고 오랜 잠복기를 지닌 석면의 특성을 감안할 때 향후 석면에 의한 직업병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암연구소가 1973년 석면을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부터 사용량이 감소하기 시작했고, 국민 1인당 사용량은 1985년 0.5㎏에서 2000년대 들어 0.01㎏ 수준으로 급감하였다. 그러나 1975년부터 매년 2500여 명이 석면으로 인한 악성 중피종으로 사망하고 있고 앞으로도 7만여 명이 추가 사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모든 공공건물과 학교, 2012년부터는 다중이용시설과 300인 이상 사업장, 2013년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과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에서 의무적으로 석면 지도를 작성하는 내용의 석면관리종합대책이 시행된다. 하지만 석면이 호흡기 내로 들어가면 폐암 등의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20세기 중반에서야 알려지게 되었고, 이미 오랫동안 석면이 각종 소재로 사용됐기 때문에 우리 생활에 석면이 광범하게 분산돼 있어서 그 농도를 줄이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석면이 곳곳에 노출돼 장기간 석면에 의한 피해가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과거 석면을 사용한 건축물을 비롯한 생활 환경에서의 석면 오염 상태, 각종 건강 관련 제품의 원료에 대한 정밀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 등 민감시설과 지하철 등 다중시설의 석면 사용과 피해 대비책 마련이 중요하다. 아울러 작년 3월 석면피해구제법이 공포돼 올해 1월부터 시행되는 석면질병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와 생활비 등의 지원 역시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조용성 고려대 교수·식품자원경제학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미소 천사'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