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2011학년도 전기 공대 모집단위 14곳 가운데 6곳의 박사과정 정원을 못 채웠다. 전기·컴퓨터공학부, 기계항공공학부, 건설환경공학부, 화학생물공학부, 도시설계학전공(협동과정), 재료공학부 하이브리드재료전공(연구중심대학)의 지원자가 정원보다 적었던 것이다. 바이오엔지니어링 전공(협동과정) 등 2곳은 경쟁률이 1대 1이다. 원서만 내면 들어가는 박사과정이 14곳 중 8곳에 달하는 것이다. 이토록 척박한 풍토에서 어찌 과학기술의 꽃이 피어날지 의문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대만의 일도 아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자퇴를 하거나 비이공계로 옮긴 전국 이공계 대학생이 5만명을 웃돈다. 이공계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뾰족한 타개책이 나올 수 없는 비상 국면인 것이다.
가까운 일본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만 15명이나 내면서 발빠르게 앞서가고 있다. 인력대국인 중국의 추격세도 무섭다.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를 면하려면 과학기술 인력 육성이 그 어느때보다 절박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과학기술 인력 수급을 시장기능에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정부가 더 늦기 전에 나서서 이공계 활력을 되찾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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