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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아바타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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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1-17 19:38:36 수정 : 2010-11-17 19: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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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가상가수 아담과 미쿠의 차이
아바타가 ‘또 다른 나’로 등장할 것
오래전 일이다. 15년 전쯤 어느 날 총장실로 불려 갔다. “원 교수, 신입생 한 명 지도해 주었으면 합니다.” 신입생 지도교수를 총장이 직접 챙기는 일은 없다. “그런데 이 학생은 인간이 아닙니다. 이름은 아담이라고 하는데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캐릭터입니다.” 이게 웬말인가. 인간도 지도하기 바쁜데 컴퓨터 그래픽 캐릭터라니. 상황은 이렇다. 졸업생 한 명이 벤처기업을 세웠는데 이 기업의 비즈니스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한 가상인물을 가수로 데뷔시켜 활동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던 일이고 회사의 홍보전략과 학교의 학생유치 전략이 맞아떨어져 인간도 아닌 컴퓨터 그래픽 캐릭터가 학교에 입학하게 됐던 것이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전자전산학
학생이니만큼 지도교수가 있어야 했고 가상현실을 연구하는 필자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지도교수로서 내 역할은 아무것도 없었다. 가상의 캐릭터이니 공부를 시킬 수도 없고 지도할 것도 없었다. 아담이 히트곡을 내 떴더라면 필자도 덩달아 이름을 알릴 기회가 되었겠지만, 한 일이라곤 TV에 몇 번 나오고 입학식 때 축가를 부른 것이 전부였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기술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았고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치 않았던 것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하츠네 미쿠라는 가상가수가 활약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가상가수 아담과 달리 미쿠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로 판매된다. 전형적인 일본형 아이돌 가수 모습을 한 미쿠는 몸무게 42㎏, 신장 168㎝의 16세 소녀이다. 재미있는 것은 노래를 만든 일반인이 곡의 저작권을 소유하게 되고, 미쿠의 모델을 이용해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배포할 수는 있으나 상업 목적으로 거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유튜브와 같은 비디오 공유사이트를 이용한 강력한 소셜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한 사람이 곡을 만들어 네트워크에 올리면 다른 사람이 그 곡을 편집·편곡하고, 또 다른 사람이 그 곡에 맞는 뮤직비디오 콘티를 짜서 올리면 다음 사람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등 일본 민주당 겐조 의원이 자신의 선거 홍보에 미쿠의 노래를 활용하기도 했다.

디지털세계에 존재하는 가상 캐릭터로서 인간이 자신의 의사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을 ‘아바타’라고 한다. 비디오게임에서 우리가 조종하는 게임 캐릭터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바타에 속하지만, 우리에게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연출 제작한 영화 ‘아바타’가 기억에 생생하다. 다만 영화의 아바타는 디지털세계가 아니라 원격로봇에 가깝다. 이런 아바타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아직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야 하겠지만, 기술 발전이 급격히 진행되어 실제 인간과 아바타의 연결고리가 조금씩 강해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여기저기 아바타를 만들어 배치해 놓고 있다. 이메일 아이디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우리의 아바타다. 또한 트위터, 페이스북, 미니홈피 등 각종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도 각자의 아바타를 심어 놓은 셈이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의복을 구입할 때 내가 직접 매장에 가지 않고 내 아바타를 매장에 보내 입혀 보고 결정할 것이다.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의사가 나를 직접 진단하는 대신 1차 진료로 내 아바타를 진단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런 시대에 떠오르는 사회적 이슈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프라이버시 문제이다. 아바타가 개인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 정보를 얼마만큼 외부에 공개할 것인지, 타인의 정보를 얼마만큼 내가 받아올 것인지, 사이버 테러리스트가 내 아바타를 인질로 잡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그리고 국가의 안보와 사회의 복지를 위해 얼마만큼 아바타 정보를 포기할 것인지이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는 기술보다도 법률이 시대를 앞서가는 첨단분야가 돼야 할 것 같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전자전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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