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 위원장이 어제 20대 후반의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주었고 그 후견인들인 ‘김경희와 최룡해 등 6명에게도 대장 칭호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김정일이 1974년 33세에 ‘당중앙’이란 칭호를 받으며 후계자로 등장한 것에 비해 6년이나 빨라졌다. 김 위원장의 오락가락 병세와 급변하는 주변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속전속결이 아닐 수 없다. 권력분립이 일반화된 21세기에 북의 과거회귀적인 ‘현대판 왕조체제’는 국가와 권력을 희화화하는 중대 사건이다. 사회주의 원조격인 러시아와 중국마저 권력의 혈통 승계를 철저히 봉쇄·배제하고 있는 것과도 비교되는 것이다.
북은 ‘김일성 주체사상+선군정치+유교·봉건주의’가 혼합된 복합 사회주의 체제다. 지구상에서 그 모델조차 없을 정도다. 그러한 국가의 공식 후계자가 20대 후반이다. 김정은이 아무리 김일성 군사대학 등지에서 특수교육을 받고 국가안전보위부와 노동당 조직부 등에서 활약했다고 하더라도 생물학적 연령과 사회적 경륜은 일천하다. 북한 매체들이 그가 세웠다고 선전하는 업적과 행보는 베일에 가려지거나 부풀려져 국가지도자로서 안팎의 검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북핵과 한반도 평화문제, 북한 내부의 경제 재건과 개혁·개방 문제 등 난해한 과제를 20대 청년에게 맡긴다는 그 자체가 코미디로 비치기 십상이다.
북은 국가 간 이해와 협력이 강조되는 글로벌 체제에서 신출내기의 등장이 모험주의적 ‘도박’으로 비칠까 우려했을 것이다.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고모 김경희, 김 위원장의 손아래 소꿉친구 최룡해 전 황북도당비서, 측근인 김영춘·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등을 울타리로 에워싼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북한 후계체제의 불안정성을 반영하는 징후다.
김정일은 후계 지명을 받고도 치열한 권력투쟁을 거쳐 1980년 10월 6차 당대회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 비서국 조직비서로 대외적인 후계자로 인식되기까지 6년이 걸렸다. 그 후 94년 7월 김일성 사망까지 14년을 더 했음에도 김일성은 그를 불안해했다. 김정은이 서서히 권력 기반을 다져나갈 심산이겠지만 성공 여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김일성 아래의 김정일과 김정일 그늘의 김정은’의 구도는 결코 동일시될 수 없는 것이다. 작금 북은 내부의 경제적 피폐와 외부의 경제·외교 압박이 최고조에 달한 휘발성이 큰 상황이다.
직접적 이해당사국인 우리로서는 북의 후계체제를 단순한 권력 세습 문제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봐선 안 된다. 과거 김정일이 후계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남한 어선과 KAL기 납치, 아웅산테러, KAL858기 폭파 테러 등을 자행했듯이 김정은 역시 어떤 돌출행동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 3월 천안함 어뢰 공격을 김정은이 주도했다는 설이 이미 파다한 마당이다. 대장 칭호에서 보듯 선군정치를 토대로 대남, 대외 군사적 대결구도를 심화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대량살상무기(WMD)가 경험 미숙의 철부지에게 ‘장난감’으로 오인될 소지가 없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젊은 지도자가 개혁·개방을 선도하고 대북제재 국면을 회피하기 위한 대화모드로 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북측이 6자회담 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대남 관계에서도 먼저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 잇따른 유화조치를 내놓는 것을 들고 있다. 체제 안정과 관리에 중점을 둘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그렇게 낙관할 일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성향이나 행보가 비밀스럽기에 더욱 그러하다. 내부 권력투쟁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외교·군사적 협조와 대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예측불허의 과도기적 상황에선 익숙한 돌다리라도 두드려가며 건너는 지혜가 필요하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시댄스 쇼크](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128/20260219518286.jpg
)
![[기자가만난세상] 시행 못한 2025 여성폭력방지정책](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128/20260219518205.jpg
)
![[세계와우리] 李 대통령 3·1절 기념사가 궁금하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128/20260219518276.jpg
)
![[삶과문화] 시인이라는 멋진 운명](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128/20260219518190.jpg
)






![[포토] 카리나 '눈부신 등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300/20260219508200.jpg
)
![[포토] 혜리 '완벽한 비율'](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300/2026021950839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