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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광장] '과학벨트'는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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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15 20:34:41 수정 : 2010-07-15 20: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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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선정 정쟁대상 돼선 안돼
과학육성, 정치논리서 벗어나야
한국이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던 지난달 말쯤인가 보다. 기자는 스위스 제네바 외곽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를 방문하고 있었다.

김기동 사회부 차장
‘CERN’은 정부가 세종시를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바꾸겠다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모델로 삼은 곳이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우수 두뇌들의 미국 유출을 막기 위해 1954년 유럽 12개국이 공동으로 핵·입자물리학 연구를 위해 만들었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숱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전 세계 물리학자의 50%가량이 연중 30% 이상을 이곳에 머물며 연구에 매달린다니 가히 ‘과학의 메카’로 불릴 만하다.

특히 29억달러(3조3000억원)를 들여 2008년 완공한 세계 최대의 강입자가속기(LHC)는 ‘압권’이다. 스위스·프랑스 국경을 넘나드는 지하 100m에 27㎞ 길이의 지하터널로 만들어진 LHC는 137억년 전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의 비밀을 밝혀 줄 것으로 벌써부터 과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이뿐인가. 이곳은 단순히 발상의 전환만으로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1989년 젊은 연구원이던 팀 버너스 리는 세계 과학자들이 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의 기초인 ‘월드와이드웹(WWW)’을 만들어냈다.

그는 “기술은 여러 사람이 나눠 써야 한다”는 신념으로 과감히 특허권을 포기, 인터넷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다. ‘생각이 넓은 천재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한 것일 게다.

스위스를 방문하던 그 즈음이 국내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의 표결처리로 어수선한 시기였다. 귀국 후 얼마 안 가 수정안은 국회에서 부결됐고, 9년에 걸친 논쟁은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정부 부처 이전을 골자로 한 ‘행복도시’가 재추진된다. 우려되는 것은 세종시에 들어설 예정이던 과학벨트가 또다시 정쟁에 휘말리고 있다는 점이다. CERN의 사례에서 보듯 과학벨트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이다.

2015년까지 3조5000억원을 투입해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국제과학대학원, 16개 국책연구기관 등을 갖추려던 원대한 구상은 정치와는 무관한 국가대계다. 어렵다고 포기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교과위에서 “수정안이 없다면 (입지 선정은)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선공약’이라는 충청권의 주장에 맞서 이 사업에 눈독을 들이던 다른 지역들도 충청권에 대한 ‘특혜’라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과학벨트 조성은 2007년 11월 만든 ‘일류국가·희망공동체 대한민국’이라는 한나라당 대선공약집에 들어 있다. 현 정부가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는 게 다행이다. 과학벨트를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당초 의도는 세종시와는 별개다.

과학벨트는 세종시 수정안이 마련되기 전인 지난해 2월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에 포함된 별개 사안이다. 과학벨트는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지 문제는 차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

기초과학은 사회간접자본(SOC)이다. 세계 주요국이 기초과학을 국가적으로 육성·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응용과학에 비해 기초과학이 뒤져 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정치가 재를 뿌려서야 되겠는가. 국회는 당장이라도 먼저 1년 넘게 국회에서 표류중인 과학벨트 특별법부터 통과시켜야 한다. 이공계 홀대론 속에서 과학기술인이 느끼는 상실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 정부가 과학을 부수기만 했지 해놓은 게 뭐가 있냐”라며 사석에서 울분을 토하던 한 과학기술관료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미래 한국을 책임질 핵심 국책사업을 내팽개쳤다는 역사적 비난은 고스란히 현 정부와 국회 몫이다.

김기동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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