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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광장] 토종닷컴 창업 3인방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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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1-12 19:55:38 수정 : 2009-11-12 19: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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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지연으로 얽힌 세사람

실패 속단 일러… 새 도전 기대
홍진석 경제부 차장
1999년 11월11일은 한국 인터넷업계에서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만하다. 다음이 토종 포털 중에서 처음으로 코스닥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국내 포털시장은 미국계인 야후코리아의 주도로 겨우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시절이었다.

라이코스 코리아 역시 미국 본사의 후광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은 “대한민국 인터넷을 지키겠다”는 구호와 함께 이순신 장군을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다음은 닷컴 거품론의 표적으로 전락한 수많은 인터넷벤처와는 달랐다. 성장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최초의 닷컴으로 주목받으며 야후 등 외국계 포털을 가볍게 추월했다.

다음보다 석달 앞서 코스닥에 올라선 새롬기술(솔본의 전신)은 2000년 초반 시가총액에서 현대자동차를 넘어섰다. 새롬은 PC통신용 장비와 소프트웨어전문 벤처였지만 인터넷전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대장주로 급부상했다. 성장 가능성만으로 주가가 액면가 대비 600배나 치솟았다. 굴뚝기업들의 반격도 거셌다. 닷컴 버블에 대한 경계론을 펼치면서 새롬기술의 핵심사업이었던 무료전화 다이얼패드에 대한 광고도 줄였다는 후문이다. 결국 수익모델 발굴에 실패한 새롬은 변방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네이버는 주요 닷컴 가운데 가장 늦은 2002년 10월 상장했지만 기업공개 후 초고속 성장을 지속했다. 다음을 누르고 거침없이 시가총액을 늘렸다. 인터넷 게임에서 수익원을 찾아낸 덕이다. 2007년 10월25일 현대차는 또다시 굴욕을 당할 뻔했다. 장중 한때 네이버에게 시가총액 순위 앞자리를 내주고 만 것. 물론 네이버는 2000년 무렵 닷컴버블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젠 유가증권 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초우량기업으로 대접받고 있다.

국내 닷컴산업의 기초를 다진 세 사람의 인연도 예사롭지 않다. 오상수(새롬), 이재웅(다음), 이해진(네이버) 등 창업자들은 학연과 지연 등으로 얽힌 사이. 컴퓨터공학 전공, 서울 강남 출신이란 공통점을 지녔을 뿐 아니라 선후배이자 친구였다.

오상수, 이재웅은 서울 영동고 선후배다. 오상수, 이해진은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선후배 사이다. 이재웅, 이해진은 같은 아파트단지에 거주한 인연으로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맏형뻘 오상수는 토종닷컴 간 대통합을 추진하기도 했다. 외국계 포털들이 국내시장을 장악하자 3자 간 대통합을 통해 강력한 ‘토종 닷컴’ 세상을 일구려 한 것. 실제 오상수는 다음과 네이버에 합병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롬은 네이버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데 그쳤다. 다음은 주요 주주였던 독일 베텔스만의 반대로 인해 대통합 대열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현재 창업자 3인방은 기업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뗀 상태다. 오상수는 분식회계로 옥고를 치른 뒤 은둔 중이다 이재웅은 다음의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긴 뒤 대주주 자격만 유지하고 있다. 이해진 역시 이선으로 물러났다.

이들이 만든 회사의 위상도 달라졌다. 새롬은 경영권 분쟁 끝에 주인이 바뀌고 회사 간판도 솔본으로 변경됐다.

다음은 네이버에 선두자리를 내준 뒤 이젠 네이트와 싸이월드를 통합시킨 SK커뮤니케이션의 맹추격을 받는 신세다. 시가총액에서도 네이버는 9조원을 웃돌고 있지만 다음은 7000억원, 솔본은 900억원대로 밀려났다. 10년간 진행된 레이스에서 네이버가 압도적인 승자로 남은 셈이다.

김진형 KAIST 교수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전산학과 졸업생이 100여개의 회사를 창업했는데, 오상수란 제자에 특별한 연민의 정을 느낀다”면서 “국내에 머물지 않고 미국시장에 도전하다 실패한 오 사장에게 간접적으로 공헌하는 교수의 길보다는 직접적으로 공헌하는 기업가의 길을 가라고 부추겼던 것이 지금은 후회된다”고 적었다. 사업 실패로 옥고까지 치른 제자를 더욱 보듬을 수밖에 없는 스승의 마음이 우러난다.

실패와 성공으로 갈라놓기엔 토종닷컴의 뿌리를 일군 세 사람은 아직 젊다. 새로운 도전을 기대한다면 지나친 바람인가.

홍진석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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