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광형 칼럼] 실패에서 배운다

관련이슈 이광형 칼럼

입력 : 2009-09-21 13:01:26 수정 : 2009-09-21 13:01: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금융위기서 벤처기업 활약 없어

도전을 격려의 눈으로 봐줘야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회의실에 들어가든 식당에 가든 어디를 가든 신기술과 도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다른 지역과 차이점이다. 이곳은 60년 전만 해도 자두나무가 가득한 한가한 과수원 지역이었다. 그러나 휴렛패커드 등의 기술 중심의 회사가 들어오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곳 실리콘밸리의 큰 특징은 도전과 실패에 있다. 95% 이상의 벤처 기업이 실패한다는 통계가 있어도 그들은 도전하고 또다시 도전한다. 이런 도전이 계속되는 이유는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실패를 경험하는 동안에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 생각하고 인정한다. 그래서 다음에 시도하면 처음 시행하는 사람보다 더욱 잘할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성공한 벤처기업인 중에는 실패를 경험했던 사람이 많이 있다. 그러니 도전하려는 사람이 두려워하지 않고 큰 부담 없이 모험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가장 먼저 위기 탈출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10년 전에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금융과 산업의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해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해왔기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 속에서 내성을 갖추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줄어들었던 일자리가 다시 늘어났다는 소식은 없다.

외환위기 때 여러 가지 구조조정 속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 개발을 주도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벤처기업이다. 대기업은 쓰러지고 일자리가 없어지는 상황에서도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자를 수용하고 대학 졸업자를 받아주던 곳은 벤처기업이었다.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벤처기업 육성책 덕분에 대학을 졸업한 많은 젊은이는 스스로 사장이 되고 연구원이 됐다.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오직 기술과 패기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에서는 이런 벤처기업의 활약이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실패한 벤처기업인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실패에 대해 매우 인색하다. 한번 실패한 사람은 아예 가망이 없는 사람처럼 간주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아버리는 경향이 있다. 아주 실패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어 버리는 것이다. 실패를 하면 재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안전한 길을 선택하게 되고, 이것이 새로운 도전과 신기술 개발을 가로막는다.

이번 금융위기에서는 벤처기업에 의한 고용 창출이 보이지 않았고, 눈에 띄는 신기술도 나타나지 않았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안전한 대기업을 선호하고 위험이 따르는 중소기업은 기피하고 있다. 실업자는 늘어나는데도 앞장서서 기업을 세우고 기술을 개발하는 패기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서 대학가는 ‘잠잠’하다.

이런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나는 하나의 희망을 보았다. 우주 발사체 나로호의 발사가 일부 실패로 끝나자 대통령이 발사장의 연구원을 찾아 격려한 것이다. 대통령은 ‘실패에서 배운다’라고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 이에 힘입어 연구원들은 더욱 열심히 연구하고, 단번에 성공했더라면 알지 못했던 것들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나는 발사체가 일부 실패로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걱정을 했다. 연구원들의 낙심은 얼마나 클까. 국민들은 얼마나 실망할까. 언론은 희생양을 찾아 얼마나 질타해 댈까.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이제 실패를 수용할 만큼 성장한 것이다.

나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실패에서 희망을 보았다. 우리는 이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도전을 격려의 눈으로 봐주고 실패를 따뜻한 눈으로 봐줄 것 같다. 벤처기업이 일어설 때다. 돈은 없지만 기술에 자신 있는 젊은이이여 두려워하지 말자. 실패는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다.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수지 '하트 여신'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
  • 김나경 '비비와 다른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