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는 우리땅’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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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청중 베이징 특파원 |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로 꼽히는 ‘서시’를 비롯해 ‘별 헤는 밤’ 등 주옥같은 시를 남기고 떠난 윤동주(1917∼1945). 맑은 영혼의 소유자로 일제하 민족저항 시인의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항일운동 혐의로 체포돼 28세의 나이에 일본 형무소에서 요절했다는 것은 한국에서 웬만한 사람은 거의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윤동주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 출판되고 있는 윤동주의 시집은 그를 ‘조선족’으로 표기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百度)를 검색해 본다. 역시 지린(吉林)성 출신의 ‘조선족 저명시인’이라고 설명한다. 조선족은 한족(漢族), 좡족(壯族), 만주족, 위구르족, 짱족(藏族·티베트족)과 함께 중국을 구성하는 56개 민족 중 하나를 지칭한다. 즉 조선족이란 중국인이라는 대전제에서 분류되는 갈래 중 하나다. 결국 ‘조선족 시인’ 윤동주란 ‘중국인 시인’ 윤동주란 뜻이다.
‘조선인’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굳이 ‘조선족’이라고 분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윤동주의 출신 지역과 관련 있다. 그는 간도(間島·북간도)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는 서울·도쿄 유학생활을 거쳐 일본 후쿠오카에서 생을 마친 뒤 이곳으로 돌아와 영면했다. 그가 태어나 묻힌 곳이 바로 현재 지린성 관할인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이다. 그는 ‘중국 영토’인 용정 출신이기 때문에 ‘조선족 중국인’이 됐다. 늘봄 문익환은 윤동주의 죽마고우다. 그도 귀국하지 않았다면 ‘중국인’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말 그대로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 셈이다.
‘조선족 시인’ 윤동주는 한·중관계의 모순과 갈등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 영토’에서 태어나 묻힌 그가 중국인이라는 논리는 많이 듣던 것이다. 바로 ‘현재의 중국 영토 내에서 있었던 모든 역사는 중국사’라는 동북공정의 논리와 맥을 같이한다. 고구려, 발해 역사가 송두리째 중국사가 되는 마당이다. 그렇게 보면 개인 윤동주의 삶이 중국인의 삶으로 변했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하의 그가 이 사실을 안다면 억울해하지 않을까. 일제에 대한 저항이 적어도 중국인이 되려는 저항은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가 태어나 묻힌 땅이 간도라는 사실 때문에 중국인이 되어야 한다면 말이다.
티베트나 신장위구르자치구와 같은 소수민족 지역에 대한 한족식 표현을 빌리자면 간도야말로 자고이래(自古以來) 우리 겨레와 떼려야 뗄 수 없는(不可分割) 땅이다. 특히 해동성국 발해 시대에 이 지역은 우리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대조영이 나라를 세운 동모산은 현재 연변주 돈화시에 있는 성자산 산성이다.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발해의 세 도읍 가운데 중경(中京·화룡현 서고성), 동경(東京·훈춘시 팔련성)이 모두 연변주 내에 있었다.
간도는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 있다. 지도를 펴서 백두산 서쪽의 압록강 하류지역에 있는 장백조선족자치현을 찾았다면 그곳이 서간도 지역이다. 북간도(동간도)는 두만강 건너 북쪽에 있는 현 연변주 지역에 해당한다.
사대외교를 국시로 내세운 조선도 이곳의 영토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대국인 명·청에 물러남이 없었다. 결국 조선의 외교권을 장악한 일본이 나섰다. 만주에서의 이권 확보를 대가로 청나라가 주장하는 경계선을 인정했다. 불법적인 간도협약이 그것이다. ‘중국령 간도’를 인정한 간도협약은 ‘조선족 시인’ 윤동주를 만든 ‘모태’이기도 하다.
내달 4일이면 간도협약 체결 100년이다. 내년은 국치(國恥) 100년이다. 지난 100년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면 부끄럽다. 독도에 대한 일본, 센카쿠제도에 대한 중국의 노력과 비교하면 간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와 대책이 있긴 한 건지 의문이다. 국민적 관심도 극히 낮기만 하다. 주요 20개국(G20), 세계 10대 경제대국 운운되는 시대에 간도가 다 무슨 소용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흔들리는 북한은 어제의 간도가 될 수도 있다. 간도 문제가 단순히 영토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족 시인’ 윤동주는 간도 문제가 우리의 역사인식과 민족정신에 닿아 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김청중 베이징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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