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제안에는 수긍이 쉬운 측면도, 그렇지 못한 면도 있다. 비(非)법조인 등용이 가능토록 하자는 제안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소지가 충분하다. 헌법은 ‘법관 자격’을 명시했지만 현대 사회의 다원성으로 미루어 법조계 바깥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원천 배제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법률이 아니라 헌법에 자격을 못박을 타당성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헌재 제도를 운용하는 주요국은 대체로 문호를 개방한다. 법 체계가 한국과 가까운 독일이 우선 그렇고, 헌재 역사가 가장 긴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스페인 등 라틴계 국가도 매한가지다. 학자 공직자 등을 지낸 재판관이 율사 출신과 함께 다양한 시각에서 헌법적 가치를 다루도록 제도화한 나라가 많은 것이다. 보통법 체계의 미국은 헌재 제도가 없지만 연방대법관 자격 요건에 직역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일종의 불문율로 판결 능력 등을 중시할 뿐이다. 사정이 이런데 왜 우리만 ‘법관 자격’에 매달리는가.
‘뜨거운 감자’도 없지는 않다. ‘대법원장 지명권 폐지’ 주장이 대표적이다. 헌재 재판부의 법적 전문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당위론에서 보면, 과연 문호 개방과 양립되는 사안인지부터 의문이다. 대법원과의 위상다툼으로 비쳐질 소지도 적지 않다. 국회의 6명 선출안도 부적절해 보인다.
이 헌재소장은 ‘제3의 길’을 제시했다. 미국, 독일 모델을 뛰어넘는 진로를 찾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재판관 자격 등의 보완이 요구된다면 논의 자체를 마다할 일은 아니다. 사회 중지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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