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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네르바 무죄와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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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4-22 23:23:00 수정 : 2009-04-22 2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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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복리·질서유지와 배치된 의견

‘표현의 자유’ 란 명목으로 혼란유발

엄중한 사회적 책임성에 걸맞게

합리적 내용·방식으로 의견 펼쳐야
성 빈 서&현 법률사무소 변호사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린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박대성씨가 1심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박씨가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로벌 경제위기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점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다거나 공익을 해할 목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민변에서도 “아무 피해자도 없는 의사표현을 공익을 내세워 형사처벌하겠다는 발상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반인권적 발상이다. 설령 국민의 의견이 잘못됐다면 잘못된 정보를 해명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라며 위 판결에 대해 논평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담당재판부의 위와 같은 무죄판결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검찰의 입증 부족으로 ‘허위라는 인식’, ‘공익을 해할 목적’에 대한 주장을 배척했다고는 하지만 석연치 않다. 박씨는 미국발 경제위기가 한국을 강타하고 있던 작년 7월30일 “정부가 외환환전업무를 전면 중단한다”라거나, 12월29일에는 “정부가 달러 매수 금지공문을 보냈다”며 명백한 허위사실을 인터넷 포털에 올려 정부를 비롯한 온 국민에게 경제위기에 대한 극도의 위기감을 조성한 바 있다.

이러한 정도로 파급효과가 컸던 박씨의 발언이 단순히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덮어버릴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다. 1심 판결에 따르면 허위사실은 맞으나 허위 인식과 공익을 해할 목적이 없었다고 하는데,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도 공익을 해할 위험성이 없었다고 한다면 이 나라의 공익은 어떠한 법이 제대로 보호할 수 있겠는가.

한편 이번 무죄판결 이후 일부에서는 전기통신기본법 자체의 개폐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이와 충돌하는 공익 내지 또 다른 사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성문법률도 모두 무시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에겐 과연 공공복리, 질서유지, 국가안전보장을 위해서 국민의 기본권도 합리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제37조 규정에 대한 기억이나마 잔존하고 있을지 걱정이다. 그리고 무죄판결을 내린 담당 판사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박씨는 무죄판결 이후 여러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맞는 것을 맞다고 쓰는데, 숨어서 그늘 안에서 작성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미네르바라는 필명과 함께 실명을 사용할 것이다”라거나, “이번 무죄판결로 인해 사법부의 독립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희망을 봤다”며 마치 세상이 자신의 실명활동을 할 수 없게 했었지만 이제는 무죄판결로 자신의 박해받았던 표현의 자유를 회복했으며 앞으로는 자신이 그 전도사가 될 것임을 자처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제 검찰의 항소로 공은 항소심 재판부로 넘어갔다. 우려되는 것은 1심 판사의 무죄판결로 인해 일각에서 형성된 선정적인 여론 탓에 항소심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단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아울러, 이 사건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고 본다. 합리적인 내용과 방식의 표현이라면 그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이라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라는 탈을 쓰고 정부의 정책을 무작정 비난하거나 숭고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악행을 번듯이 보장받으려는 자유는 이제 사라져야 할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는 그에 따르는 엄중한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성 빈 서&현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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