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임금·복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에게 3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준 기관이 49개에 달했다. 수출보험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15개사는 3500만원 넘게 줬다. 초임만이 아니다. 금융공기업에는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도 흔하다. 반면 특급 처우와 달리 탁월한 실적·생산성으로 돋보인 공기업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반인들로선 화가 날 만큼 직무 부담과 처우가 불균형하다.
정부가 소매를 걷어붙인 것은 백번 타당하다. 실업대란이 다가오는 판국에 눈먼 돈 잔치를 넋 놓고 지켜볼 까닭이 없다. 문제는 그 처방이 군색하다는 점이다. 대졸 초임 삭감안은 기발하지만 기형적이다. 국민 지지를 받는 공기업 체질 개선을 왜 기형적으로 추진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정도(正道)로 가야 한다. 은행장, 사장, 감사 같은 이들의 고임금부터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경영진이 솔선수범하며 호소하는데도 노조가 외면하겠는가. 감독부처 고위직의 공동보조도 필요하다. 차관 이상 정무직이 연봉 10%를 소외계층 지원에 쓰기로 했다지만 추가 반납한다고 해서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도층에 의지만 있다면 노조를 설득할 길은 많다.
정부가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발언권 없는 새내기만 차별대우하는 방안은 중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클 것이 뻔하다. 민간에선 경영이 어려운 중소기업 임금부터 줄어들 공산도 크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걱정되는 것이다. 세대 갈등의 우려도 크다. 고통 분담이 불가피하다면 공평하게 짐을 지도록 해야 한다.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그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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