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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이버모욕죄 입법내용 구체화가 먼저

입력 : 2008-10-19 18:13:12 수정 : 2008-10-19 18: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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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윤 법무법인 ‘나은’ 변호사
사이버모욕죄의 연내 신설을 주장하는 정부 여당은 아직 구체적 입법 방식과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처음부터 입법 방식과 내용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없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할 법하다.

이전에 이미 논의하지 않기로 했던 법안을 유명 탤런트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들고 나온 것이라 할지라도 그간 좀 더 구체화된 입법 내용이 나왔어야 했다.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현재 사이버상의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자는 주장의 핵심은 피해자의 고소와 무관하게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이 사이버상의 명예훼손 등에 대해 형법보다 형량을 강화하면서도 여전히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이유는 피해자의 처벌의사를 고려하도록 한 형법의 규정 때문으로 보인다. 형법의 규정을 그대로 두고 사이버모욕죄를 비친고죄로 도입할 경우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아도 무방할 만한 추가적인 구성요건이 필요하다.

강간죄는 친고죄이지만, 강간죄에 대한 가중적 구성요건인 특수강간죄는 친고죄가 아니다. 특수강간죄는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해 강간죄를 범한 경우에 성립한다.

그 행위 방법의 위험성이 야기한 가중된 범죄의 불법성 때문에 피해자가 비록 자신의 명예를 위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자 하는 경우에도 이와 관계없이 수사와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사이버모욕죄가 형법상 모욕죄와 비교해 그 행위 방법의 위험성에 관한 추가적 구성요건을 어떤 식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사이버모욕죄가 고소를 소송조건으로 하지 않는 것에 대한 타당성 여부가 결정된다고 본다. 사이버상의 모욕에 대한 처벌의 당위성에만 주안점을 둬 섣불리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하게 되면 위헌 시비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어떠한 체계로 어떤 내용을 입법할 것인지, 그 구체적 내용을 확정한 연후에 그 규정의 도입에 관한 타당성 논쟁을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의 논의는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또 이 문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실제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검찰과 법원의 입장도 들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이버모욕죄가 신설된다 할지라도 결국 그것을 적용해 수사의 범위와 기소 범위, 처벌의 정도를 결정하는 주체들은 다름 아닌 그들이기 때문이다.

사이버모욕죄라는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현재 적절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인지, 수사와 양형에 다른 고려 요소가 있었기에 사이버모욕죄가 도입되더라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인지에 대한 솔직한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이버모욕죄가 신설된다 해도 기존 관행대로의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고 처벌 역시 최소한의 벌금형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애써 도입한 사이버모욕죄는 불필요한 논쟁거리만 제공할 뿐 아무런 실익이 없게 될 수도 있다.

황태윤 법무법인 ‘나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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