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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욕죄 신설…어떻게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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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0-13 18:35:13 수정 : 2008-10-13 18: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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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최진실씨 자살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인터넷 유해사범에 대한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인터넷의 자율 정화를 기대하기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고 지지를 보내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악성 댓글은 기존의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며, 결국 인터넷 민주주의가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를 둘러싼 양측의 주장을 듣고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표현의 자유, 사회 안녕 위해 제한할 수 있어
이윤호 동국대 교수·한국공안행정학회 회장

최근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사이버 모욕죄’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조치라는 반발이 일고 있는데, 그 실상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입법에 반대하는 주된 논거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표현의 자유가 제한 없이 주장돼야 하는 신성불가침의 존재인가? 국민의 모든 기본권이 그러하듯 표현의 자유도 사회 전체의 안녕을 위해 제한될 수 있으며,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저해하는 경우에는 마땅히 제한돼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헌법도 제37조 2항에서 이를 명시하고 있다. 더군다나 진실한 사실을 밝히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주장도 아닌, 익명의 그늘에 숨어 타인에 대한 비방이나 불확실한 사실을 전파하는 등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보호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사이버 모욕죄가 과연 과잉적 제재 조치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사회심리적 여파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사이버 공간은 소문의 확산이 빠르다는 점, 피해 범위가 넓다는 점,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피해 복구가 어렵다는 점 등의 특수성이 있다. 또 다수인이 주장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더라도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사회심리학적 집단역학 현상이나 다수의 주장에 몰입·동조하다 보면 잘못된 정의감에 도취해 스스로 재판관인 듯 특정인을 죄인으로 호도하기 쉬워지는 군중심리의 위험성 등을 고려한다면 더 이상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을 미룰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한국공안행정학회 회장

기존 법으로 처벌 가능… 새 규정 도입은 옥상옥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경찰이 최진실씨 괴담 수사에서 괴담의 진원지를 찾지 못하고 결국 수사를 종결했다. 최초 유포자를 못 찾으면서 중간 유포자만 선별처리하고 일단락 지은 것은 사실상 사이버 모욕죄가 만들어져도 이를 제대로 적발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따라서 이 죄가 신설되더라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도 인터넷사이트의 수많은 내용이 개인의 인권과 명예를 침해하는 경우가 많음은 사실이다. 이를 형법상의 모욕죄로 처벌 가능함에도 따로 사이버 모욕죄를 만드는 것은 옥상옥에 불과하다. 특정인을 겨냥한 사이버 모욕의 범죄행위는 정보 유포자들이 피해자의 피해를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어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사이버 모욕죄는 피해자 측면만을 고려한 법이 될 수 있으며, 사실 사이버공간의 이용자들을 고려한 법은 아닌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 쟁점이 되는 정보나 소문이 올라오게 되면 그 특성상 사이버 공간은 자기 증대능력이 있어 이를 막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사이버 모욕죄보다는 괴담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유포되는 매개체인 포털이나 특정 사이트에 대한 대책이 앞서야 할 것이다. 또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보를 일방적으로 신뢰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하며, 아울러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특정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사이버 공간의 이용에 대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사이버 모욕죄는 자칫 잘못하면 정치적인 이용의 빌미가 될 뿐이지 진정한 인터넷 이용에 대한 대책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형법상 모욕죄 해당하는 온라인상 규정 필요
명재진 충남대 법대 교수

인터넷 시대를 맞아 많은 국민은 직접적인 여론참여를 통해 민주주의가 넘쳐나는 자유의 성장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자살사건에서 보듯이 사이버 공간이 인격권을 침해하는 영역으로 변질되고, 각종 범죄의 활용공간이 되는 ‘불법의 바다’가 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로 악성 댓글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로 사이버 모욕죄가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오프라인에서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형법 제311조에 의해 처벌된다. 모욕죄는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특정인을 모욕한 경우(경멸적 표현)에 처벌되는 범죄로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형법상의 모욕죄는 사이버 공간이 아닌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규정이기 때문에 인터넷 댓글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법리적 결함이 존재한다. 명예훼손죄가 형법에도 존재하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이하 정보통신망법)에도 규정돼 있는 것처럼 인터넷상의 모욕죄도 사이버 공간에 대한 특별법인 정보통신망법에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 많은 이들이 오해를 하는 것은 이러한 규정의 도입이 새로운 범죄항목을 신설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사이버 모욕죄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법 감정의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이며, 이미 사이버공간이 오프라인화 되어가는 것처럼 법적인 제재의 구조도 통합되고 합치돼야 할 것이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강조되는 사이버공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오프라인에 비해 형량이 축소돼야 할 것이다.

명재진 충남대 법대 교수

악플 근본 대책은 자정 노력과 네티켓 교육
성동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협력팀장

현재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사이버 모욕죄 도입 여부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분명 악성 댓글은 사라져야 하고 구별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리 사업자들을 포함해 그 어느 누구도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입법만이 해결책인가.

우리는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한다고 해서 현재 발생하는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지 않는다. 범법자를 처벌하는 강력한 형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범죄가 줄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법적 처벌이라고 한다면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이미 충분한 수단을 갖고 있다. 명예훼손이나 근거 없는 악의적 비방에 대해서는 형법에 따라 고소가 가능하고, 정보통신망법에 의거해 사업체에 임시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보다 다각적인 검토와 대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역할과 비판의 한가운데에 우리 사업자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처벌과 단속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사업자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업자가 제아무리 홍보하고 계도한다고 해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고자 하지, 교육이나 홍보받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90% 이상의 이용자가 건전한 상식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스스로의 자정 노력을 믿는다. 그리고 사실 역시 그러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정부의 노력이다.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인터넷 교육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성동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협력팀장

정리=황온중 기자

ojhw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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