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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광으로 유명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1960년 상원의원 시절에 대통령 후보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후보 경선 TV정책 토론회에서 한 기자가 케네디에게 물었다. “당신은 야구에서 어떤 스코어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스포츠에 얼마나 조예가 깊은지를 테스트하기 위해서였다. 케네디는 거침없이 8-7이라고 답했다.

한 팀이 달아나면 상대가 따라붙거나 역전시키는 공방전을 벌이며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짜릿한 스코어가 8대7이라는 답변은 모두가 공감할 만했다. 이후 8-7은 관용적으로 ‘케네디 스코어’라고 불리게 됐다. 물론 야구의 공식 용어는 아니다. 이는 점수가 많이 나지 않는 지루한 투수전도 아니고, 한 팀이 10점 이상을 내 승부가 뻔하지도 않는, 난타전과 역전극이 교묘히 연출해낸 상황이다. 케네디 스코어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8개 구단이 1년에 504경기를 치르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기껏해야 한두 차례 나올 정도다.

축구에서는 3대2를 가리킬 때 펠레 스코어라고 한다. “축구는 한 골차 승부, 그중에서도 3대2가 가장 흥미롭고 이상적”이라는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의 발언에서 유래했다. 4대3이나 5대4의 스코어 등 많은 골이 터지는 한 골 차 승부보다 약 20분 간격으로 한 골씩 터지는 경기가 흥미진진하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케네디 스코어나 펠레 스코어에 큰 공통점이 있다. 90분간의 축구경기에서 평균 18분 간격으로 골이 터질 때 보는 사람의 흥분도가 높아진다는 계산이다. 시간제한이 아닌 보통 3시간40분가량의 야구경기에선 엎치락뒤치락하며 15분마다 점수가 날 경우 흥미진진하다는 것이다. 인간 뇌의 집중력 한계가 보통 20분 정도라는 정신의학자들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니 케네디, 펠레 스코어가 날 경우 관중은 경기 내내 짜릿함을 만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야구대표팀이 엊그제 종주국 미국과의 베이징올림픽 예선리그 1차전에서 8-7의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야구는 9회말부터라는 격언대로 명승부를 연출했다. 나머지 경기에서도 선전을 펼쳐 금메달을 따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야구경기가 런던올림픽부터 사라진다고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도 한미전의 명승부를 보고 마음이 조금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병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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