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 과정에서 방역대책이 얼마나 허술한지 속속 드러나 국민의 걱정과 탄식을 자아낸다. 서울에서 지난 5일 처음 확인된 고병원성 AI의 감염경로를 놓고 서울시와 경기도는 “성남 모란시장에서 사온 닭에서 전파됐다” “서울시가 추리소설을 쓰고 있다”는 등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작 농림수산식품부 등 중앙정부의 책임 있는 감염경로 추적과 책임 소재 규명, 신속한 차단방지 대책은 실종된 상태다. 범정부적으로 방역 체계를 시급히 재점검해야 한다. 지자체 간에 책임 떠넘기기를 일삼아서야 AI를 어떻게 조기에 차단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고자 한다. AI는 신종 인플루엔자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고 우리나라는 인구의 30% 감염에 초기 사망자만 5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더구나 우리나라가 기후변화에 따라 AI의 토착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사람의 감염 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이번 서울 문정·장지지구에서 드러났듯 상가 입주권을 보상받으려고 택지개발예정지구 내에서 닭과 오리 등을 불법 사육하는 ‘AI 발병 사각지대’가 곳곳에 적지 않다. 당국은 이들을 철저히 가려내 가금류를 살처분하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람 치료용인 항바이러스 제제 타미플루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보유량 권장치가 인구의 20% 정도인데 우리는 2.5% 보유에 그치고 있다. 국민 건강을 지키려는 정부의 의지와 대책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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