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방중 양국 우호의 전기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관측이 최근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 채택에 중국이 동참했고, 나아가 대북 제재조치를 중국 당국이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증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김숙 유엔주재 한국대표부대사는 유엔에 있는 중국 대표가 북한에 대한 모멸감을 토로한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은 귀국 예정시간 마지막 순간에야 겨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만남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보도 내용이 사뭇 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를 촉구한 점을 강조한 반면에 북한은 최 특사의 방중에 따른 전통적인 양국 우호관계 복원만 부각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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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
우리는 지금껏 중국의 북한 감싸기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북한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태도 변화가 중요한 이유에 기인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의 도발행동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무시하고 기아선상에서 고통받고 있는 국민을 철저히 외면하고 탄압하는 북한을 중국이 계속해서 감싸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북한의 도발행위가 미국과 일본으로 하여금 동북아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좋은 빌미가 되고 있는데, 이 역시 중국의 국익에 반하는 결과이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반도 주변에 핵잠수함을 배치하고 최첨단 무기를 한·미 연합훈련에 참여시켰다.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이지만 중국에도 결코 바람직한 사태 전개가 아니다. 또한 중국정부의 대북 감싸기는 이제 자국 국민으로부터도 지지를 받기 어려워지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으로 중국 국민이 북한과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나쁜 여론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조짐이 있다 하여 중국의 대북 정책이 단기간에 우리가 바라는 만큼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외교·국방 라인에는 아직도 전통적인 북·중 우호관계를 강조하는 사람이 다수 포진해 있고, 대북 압박이 자칫 북한의 붕괴를 초래할 것을 중국은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보여주는 변화는 우리 입장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이러한 때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중 양국의 새로운 지도자가 첫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 중국 내에서 박 대통령의 이미지는 매우 좋다.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기대도 크다. 박 대통령은 중국 지도자와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한·중 우호관계 발전에 대해 진정한 희망을 피력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국민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증대해 중국인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와 우호적인 태도를 갖도록 해야 한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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