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력 있어야 순조로운 안착

특히 사업주가 근로자를 60세 이전에 내보낼 경우 부당해고로 간주해 처벌하는 벌칙 조항도 마련해 정년연장이 작업현장에서 실제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다수의 민간기업에서는 정년이 있음에도 권고사직을 통해 정년이전 근로자를 내보냄으로써 정년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에 정년연장법이 통과됨에 따라 근로자의 정년에 대한 권리의식이 강화됐고 벌칙조항까지 마련돼 권고사직을 남용하기가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령화가 진행되는 선진국에서는 미국처럼 정년을 아예 없애거나 일본이나 독일처럼 정년을 연장하는 사례가 일반화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년연장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부에서는 중·장년층의 정년연장이 전체 실업률의 두 배를 넘어 8%에 다다를 정도로 심각한 청년실업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로 인건비가 예산으로 고정돼 있는 공기업이나 교사처럼 신입직원과 퇴직을 앞둔 장년층이 동일한 업무를 하는 경우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신입직원을 채용하기 어렵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직종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직종에는 신입직원과 중견간부는 하는 일이 매우 달라 서로 대체관계가 아닌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정년연장이 청년실업을 악화시킨다는 증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정년연장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비교적 지불여력이 있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도 정년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데 중소기업의 경우 인건비 부담이 경영상황을 악화시킬 곳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급능력이 부족한 기업에서는 정년연장이 무의미해지거나 기업이 편법을 쓸 수 있어 실질적인 효력을 갖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입법취지와는 달리 정년연장으로 인해 지금도 심각한 대·중소기업 간 격차, 또 임금근로자 간의 격차가 더욱 심화돼 양극화 현상을 더욱 부추길 수도 있다. 정부는 정년연장법의 순조로운 안착을 위해 정년연장이 큰 부담이 되는 중소기업 등에 대해 지원금이나 세제혜택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임금피크제를 광범위하게 도입해 정년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다. 정년연장법은 임금체계 개편을 한 사업장에만 정년연장 고용지원금을 주도록 해 사실상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통과됐다. 임금피크제는 우리나라에서 10여년 전부터 도입됐으나 노사 양측의 기피로 널리 시행되지 못했는데, 이번 정년연장법의 통과로 앞으로는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정부는 정년연장 지원 안착위원회를 설치해 고용과 임금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정년연장에 수반되는 임금피크제를 노사가 협상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노사의 협조 없이는 정년연장이 순조로이 안착되기 어려운 현실이므로 노사정이 다 함께 정년연장에 수반되는 지원금제도, 세제혜택 및 임금피크제의 원만한 도입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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