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익 극대화할 협상전략 필요 지난해 11월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4년 임기를 시작하는 취임식을 가졌다. 첫 번째 취임식 때 180여만명의 관중과 온 세계인의 관심 및 환호에 비하면 이번은 엄숙하고 조용히 치러졌다. 미국 내부의 분열과 대립이 4년 전에 비해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오바마 2기의 미국은 매우 어렵고 갈등적인 국내 문제로 가득할 전망이다. 당장 재정적자를 줄이고 국가부채 한도를 늘리기 위한 공화당과의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고 건강보험개혁, 교육개혁, 총기규제, 사회보장 확충, 국방비 감축 등의 현안을 풀어나가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통합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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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 관계학 |
크게 두 가지로 첫째, 세계평화에 대한 초강대국 미국의 책임이다. 미국은 세계 주요 지역에서 공고한 동맹체제를 바탕으로 전쟁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한 ‘관여’ 정책으로 평화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둘째, 인권과 민주주의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표명했다. 물론 이 원칙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추진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중동이나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중국이나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불편한 마찰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둔 대한민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시작을 안도와 기대감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 1기 임기 때 보여준 한·미 간의 우호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친근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줬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한국의 입장을 우선 배려했다. 이런 관계는 2기 오바마와 한국의 새 대통령 사이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에서도 갈등보다는 협력의 측면이 강조될 것이다. 중국과는 대화와 타협을 우선시할 것이고, 일본의 우경화와 인플레 정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제동을 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미·중 관계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기보다 양쪽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대북정책에서도 우리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취할 수 있는 약간의 자율적인 공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동아시아 지역협력체 건설과 관련된 우리의 입장과 역할도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의 측면을 갖고 있듯 기회도 위기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우리의 역량을 넘어서는 신중하지 못한 대외정책으로 비웃음을 샀다. 유엔 안보리 제재가 논의 중인 북한과의 남북대화를 서두르면 과속으로 비난받을 수 있고, 동북아의 강대국 싸움에 중재를 하려고 끼어들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구소련의 평화스러운 붕괴와 독일통일을 가능케 한 헬싱키 프로세스를 동북아에 복사하려고 조급해하다 보면 비웃음을 살 위험이 크다. 지금 한국에게는 신중함이 모두의 사랑을 부르는 묘약이 될 수 있고 우리의 위상과 국익을 한껏 높일 수 있는 협상전략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정부의 외교비전을 높이 세우되 신중한 행보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 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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