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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L자형 불황 ‘솟아날 구멍’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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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앞설 신산업 발굴 시급
대선주자들 경제살리기 경쟁부터
지난 3분기 작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1.6%에 그쳤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0.2%밖에 안 된다.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에 최악이다. 이러한 경제성장률의 하락은 위기나 충격에 의한 것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경제활력이 떨어져 스스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제가 침체 후 회복이 안 되는 L자형 불황에 빠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문제는 성장률의 반등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수출이 추락하고 있다. 금융위기와 재정위기가 꼬리를 물며 세계 경제를 불황의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 수출이 발붙일 곳을 잃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원화가 상승세로 돌아서 수출의 가격경쟁력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 20%의 증가율을 기록한 수출이 올 들어 감소세의 수렁에 빠졌다. 더욱이 내수환경은 악화일로이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었다. 여기에 부동산시장이 식물상태에 빠져 가계의 연쇄부도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연히 내수가 얼어붙고 있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성장은커녕 가계부문과 금융시장이 동반 붕괴하는 경제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경제를 닮아가고 있다. 일본 경제는 1990년을 기점으로 80년대 대규모로 형성된 부동산가격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급속도로 부실화해 경제불안이 고조됐다. 여기에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떨어졌다. 그러자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장기불황이 구조화했다.

최근 우리 경제가 이와 흡사하다. 실로 큰 우려는 현재 우리 경제의 대외여건이 당시 일본 경제보다 나쁘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미국 등 주요 경제국가들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구축하며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최근 세계 경제는 심각한 불황상태다. 우리 경제는 수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등 주요 교역국가의 경기침체가 사실상 위기를 강요하고 있다. 현 추세로 나가면 우리 경제는 일본 경제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살 길은 우리나라 고유의 성장모형을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경제는 단순히 해외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내수를 부양하는 차원을 넘는 근본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인적자원과 지식 및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녹색, 융합,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다른 나라를 앞서는 신산업을 발굴해야 한다. 그리하여 중국 등 주요시장을 우리 경제의 활동무대로 만드는 강력한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창업과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에 따라 양극화를 해소하고 성장과 분배가 빠른 속도로 선순환하는 한국형 시장경제모형을 창의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국가도약의 길이기도 하다.

향후 5년간 우리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대통령선거가 인기영합에 치우쳐 성장정책을 외면하고 경제민주화와 복지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성장 없는 경제공약은 허구이다. 민생이 빚더미에 올라앉은 상태에서 경제를 살려야 할 대통령 선거가 거꾸로 경제위기를 부채질하는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경제의 성장동력부터 창출하는 정책경쟁을 벌여야 한다. 다음 합리적인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을 제시해 중소기업과 서민이 공정한 생산과 분배의 기회를 갖고 경제 재도약에 제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경제가 자본주의 경제의 새 모형으로서 세계시장에 우뚝 서는 저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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