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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제돌이 귀향에 손뼉 쳐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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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3-13 18:44:47 수정 : 2014-03-05 1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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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 뭔 실익 거둘지 자문해야
서울엔 동물원 좋아하는 이도 많다
동일한 공간도 어떤 사람에겐 천국, 다른 어떤 사람에겐 지옥일 수 있다. 동물원도 그렇다. 한 부류엔 나들이 적소지만 다른 부류엔 잔혹한 장소일 뿐이다. 여기서 ‘다른 부류’는 대개 동물운동 진영에 속한다. 격한 반응이 없지 않다. ‘동물평등:언어와 해방’의 저자 조앤 듀네이어는 동물원 명칭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린다. ‘수용소’로 칭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원은 왜 나쁜가. 미국 뉴욕대 교수 데일 제이미슨에 따르면 적어도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감금은 동물 자유를 뺏고 생명·건강을 위협한다. 둘째, 인간 위치를 착각하게 한다. 다시 말해, 동물원은 인간 쾌락을 위해 다른 종이 존재한다는 ‘오해’를 부르는 것이다. 그는 단언한다, “동물원에서 배운 것은 잊어버려야 한다”고.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귀향길에 오른다고 한다. 최근 먹이훈련 모습도 공개됐다. 동물원 반대론자는 박수를 보낼 일이다. 제돌이는 다음달 제주 앞바다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최종 야생 적응 훈련을 받는다. 자유의 바다를 눈앞에 둔 셈이다.

제돌이는 대공원의 귀염둥이였다.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2009년 불법 포획된 사실이 밝혀진 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단체 요구에 응해 지난해 3월 제주 방류를 선언하면서 정치적 존재가 됐다. 박 시장이 “구럼비 앞바다에서 마음대로 헤엄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제주해군기지 찬반 논쟁이 불붙던 터라 기압골이 험하게 형성됐던 것이다.

이승현 논설위원
당시 ‘제돌이에게 먼저 물어보라’는 칼럼을 썼다. 제돌이를 구럼비 앞바다로 보내는 일이 서울시의 화급한 과제냐고 묻는 칼럼이었다. 서울시는 꿋꿋했다. 강정마을은 방류 후보지에서 빠졌지만 귀향 계획에는 큰 변경이 없었다. 아무래도 제돌이에게 물어본 것 같지는 않다.

제돌이는 돋보이는 주인공이다. 귀향 스타로 뱀이나 악어, 두꺼비 따위를 골랐다면 추진력 확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캐스팅은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엔 적어도 두 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째, 뭔 실익이 있느냐는 점이다. 제돌이에게나 서울시에나. 둘째, 외눈박이 시정(市政) 혐의가 없느냐는 점이다.

서울시는 ‘아시아 최초의 방류 돌고래’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친다면 뭔 의미가, 뭔 실익이 있을지 아리송하다. 제2, 제3의 귀향 동물을 선발해 자연의 품에 안길 후속 계획이라도 있는가. 동물원 철폐 운동을 촉발해 서울을 동물권익운동의 수도로 탈바꿈시킨다는 유형의 청사진이라도 있는가. 설혹 있다 해도 위안거리는 못 된다. 시민 지지가 따를 리 만무한 탓이다. 그렇다면 왜 혈세 7억5000만원을 쏟아부어야 하는가. 아시아에서 유사 프로젝트가 나오지 않은 까닭을 생각해본 적은 있나.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추진 방식 또한 미덥지 못했다. 박 시장은 1000만 시민 목소리를 폭넓게 경청하는 대신 서둘러 방향을 잡았다. 물론 뒤늦게 여론 수렴 절차를 밟긴 했다. 지난해 4월 시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시민위원회도 구성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일방통행 혐의를 지우기 힘들다.

서울시에는 동물원 반대론자만 사는 게 아니다. 동물원을 즐겨 찾는 시민이 더 많고 동물원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시민도 허다하다. 그런데도 박 시장은 왜 한쪽 말만 듣는 외눈박이 시정, 반쪽짜리 행정을 펴는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동일한 공간도 천국이 되고 지옥이 된다. 제주 바다도 그렇다. 그곳의 남방큰돌고래 100여마리에겐 천국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제돌이에게도 그럴지는 아무도 모른다. 박 시장은 미국 철학자 브라이언 노턴의 경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사람에게 길든 제돌이는 인공번식 동물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현실을 상기하면서 말이다. “인공번식 동물을 야생에 풀어놓는 것은 현대인을 18세기나 19세기의 오지에 내버리는 것과 같다.”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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