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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노인, 여섯자식 버림받고…딸 집앞에 노숙

입력 : 2012-01-30 20:17:11 수정 : 2012-01-30 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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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팔순 노인이 춘제(春節·설) 기간 여섯 자식으로부터 버림받고 딸 집 앞에서 노숙하다 보호 시설로 보내진 사건이 알려지면서 많은 중국인이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30일 충칭상바오(重慶商報)에 따르면 올해 84세인 허다싱(何大興)씨는 춘제 연휴 기간이던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충칭시의 한 아파트에 있는 막내딸 집 앞 계단에서 이불을 깔고 노숙을 했다.

다리가 아파 거동마저 불편한 허 씨는 이웃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결국 29일 한 노인 병원으로 옮겨졌다.

자녀를 여섯이나 둔 허 씨가 가족들이 함께 모여 단란한 시간을 보내야 할 춘제 때 사실상 '고려장'을 당한 것은 부친 부양 문제를 놓고 자녀가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허 씨의 여섯 자녀는 돌아가면서 아버지를 부양해왔는데 작년 12월 이 문제를 놓고 다툼이 벌어졌다.

자식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통에 허 씨는 작년 12월에도 이틀이나 막내딸 집 앞에서 노숙해야 했다.

급기야 지역 주민위원회가 개입한 끝에 자식들은 회의를 열고 정확히 한 달씩 부친을 돌아가며 모신다는 합의서를 만들고 손도장까지 찍었다.

이후 허 씨 막내아들은 이달 26일이 되자 `자기가 맡은 한 달이 끝났다'면서 다음 차례인 막내딸 집에 부친과 부친의 짐들을 옮겨놓고 떠나버렸다.

그런데 막내딸은 음력 기준으로는 한 달이 됐지만 양력 기준으로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면서 아버지를 받아주지 않고 가족들과 가방을 들고 집을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굳게 닫힌 문 앞에서 갈 곳을 잃은 허 씨는 이웃 주민들이 주는 음식을 먹고 계단에서 이불을 덮고 3박4일을 보내게 된 것이다.

이런 사연을 아는 이웃들은 다른 자식들에게 연락해 아버지를 데려가라고 했지만 이들은 모두 자기 차례가 아니라면서 아무도 허 씨를 찾아오지 않았다.

허 씨는 사연을 듣기 위해 찾아간 충칭상바오 기자에게 눈물을 흘리며 "내가 힘들게 아이들을 키워냈는데 지금은 이렇게 나를 대하니…"라고 한탄했다.

이 아파트 주민위원회는 허 씨를 대신해 여섯 자녀를 상대로 부양책임을 묻는 소송을 낼 계획이다.

물론 이번 사건은 극단적인 경우겠지만 중국에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점차 노인 부양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노령공작위원회가 작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1억7천765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3.26%에 달했다.

1979년 이후 30년 이상 한 자녀 정책이 시행되면서 중국에서는 노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5년 뒤 16.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현재 노인 요양시설의 수용 인원은 전체 노인 인구의 1.59%에 그쳐 5∼7%인 선진국은 물론 2∼3%인 개발도상국 수준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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