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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중국 탄생 60년 ] ③대륙에도 봄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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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22 19:15:15 수정 : 2009-09-22 19: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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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만해진 2억 중산층 민주화 열망에 달렸다
21일 중국 베이징 도심의 톈안먼(天安門) 광장. 푸른 하늘 위로 공군 전투기가 곡예비행을 하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건국 60주년을 앞둔 열병식 연습이다. 시민들의 움직임을 번득이며 좇고 있는 무장경찰의 긴장된 눈초리를 뺀다면 톈안먼 광장 주변의 가을 풍광엔 평화가 감돈다. 그러나 20년 전 이곳은 인민의 붉은 피로 얼룩진 땅이다. 1989년 6월3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중국 민주화의 싹이 탱크와 군홧발에 짓뭉개졌다. 인민에겐 총부리를 겨누지 않는다는 군(인민해방군)의 총탄에 맞아 희생된 생명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정확한 숫자마저 공개되지 않고 있다.

1989년 짧은 봄을 지낸 뒤 대륙은 20년간 침묵을 강요받았다. 톈안먼 사건 후 중국 민주화운동의 거점은 해외로 옮겨졌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그마저 설 땅을 잃고 있다. 1997년 중국 민주화 인사들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하던 홍콩이 본토에 귀속됐다. 중국 국내에서는 제3세대 지도자 장쩌민(江澤民) 시대의 애국주의 교육의 영향으로 민주주의보다는 중화민족의 부흥이 주창되고 있다.

2002년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중심한 제4세대 지도부의 출범은 민주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톈안먼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새 지도부가 민주화와 정치개혁에 진전을 이뤄낼 것이라는 희망에서였다. 그러나 후 주석이 즐겨 밝히는 정치개혁은 당내 민주화에 한정된 의미로 사용된다. 지난 3월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당 서열 2위)은 아예 “중국의 정치개혁은 결코 서방의 방식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삼권분립과 다당제 등 서구식 민주제도 도입을 정면 부인했다.

하지만 민주화의 맹아는 여전히 땅밑에서 숨 쉬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10주년인 지난해 12월10일 발표된 ‘08헌장’은 중국 당국을 발칵 뒤집어놨다. 공산당 일당독재를 비판해온 대표적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가 초안한 ‘08헌장’은 ▲정당(공산당)을 초월한 최고법률로서 헌법 제정 ▲일당독재 철폐 ▲공산당이 아닌 국가의 지휘를 받는 군대 ▲사유재산 보호와 토지사유제 ▲언론·출판의 자유 등 파격적인 요구를 담았다. 최초 303명이었던 서명자는 당국의 탄압에도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13억 대륙에 민주화의 봄은 올 수 있을까. 중국 경제성장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경제적 성공은 한편으론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자부심과 중화민족주의 발흥의 원천이 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중산층을 성장시켜 정치개혁의 미래를 예고하기도 한다. 일본 노무라(野村)연구소는 연소득 3000달러 이상의 중국 중산층이 올해 1억8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낙관과 비관이 교차한다. 연변과기대 케네스 어우양 교수는 “중국공산당은 이름만 같을 뿐이지 더는 과거의 공산당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지도부는 이전보다 더 개방적이고, 중국은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가는 일종의 전환기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로웰 디트머 교수는 “중국이 (한국, 대만 등과 같은) 다른 아시아 나라처럼 민주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 발전은 민주화 경향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중국이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중국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하고 책임 있는 중산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회의론도 적지 않다. 김지훈 성균관대 현대중국연구소 교수는 “중국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산당 통치구조의 변화가 필요한데, 공산당이 일당독재를 포기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대만 국립 중정(中正)대 전략국제연구소 자오원즈(趙文志) 교수는 “중국인들은 서구의 삼권분립이나 다당제는 중국의 실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서구식 민주제도나 민주정책을 수용할 것 같지는 않다”며 “이 때문에 중국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국민 생활·교육 수준의 지속적인 향상과 대외개방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식 민주주의’라는 대안도 거론된다.

영국 던햄대 고든 정 교수는 “중국이 더욱 개방되겠지만 분명히 서구식 모델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주열 전 주중한국대사관 총영사는 “민주주의 개념은 오랜 서구의 역사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면서 “서구식 민주주의를 그대로 아시아에 적용하는 게 만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역사에서도 민심을 천심으로 여기고 훌륭한 황제가 칭찬받는 전통이 있어 중국 지도부는 민심 동향에 민감하다”며 “결국 서구의 삼권분립은 아니더라도 권력이 분점되고 평화적으로 권력이 계승되는 방식으로 중국식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청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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