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권유로 자수하려다 주위 신고로 잡혀 중국에서 20년 전 교도소의 담을 넘은 탈옥범이 사업에 성공해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부자가 됐으나 다시 영어의 몸이 됐다.
25일 중국 쓰촨(四川)성 성도(省都)인 청두(成都)에서 발행되는 청두상보(商報)에 따르면 왕진취안(王金全·53)은 30세이던 1986년 강도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 법원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옥중에서 아내와 다섯 살 된 딸을 걱정하던 왕은 1988년 아내에게서 이혼을 요구하는 편지를 받자 탈옥을 결심했다. 결국 1988년 11월 동료 죄수와 함께 교도소를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왕은 곧바로 아내가 일하는 쓰촨성 야안(雅安)시로 달려갔고 남편과 상봉한 아내는 그에게 100위안을 쥐어줬다. 탈옥범 왕은 그때부터 장사에 매진했다. 처음에는 길가에서 빵을 팔다가 돈이 조금 모이자 양말과 내의를 파는 노점상을 시작했다. 다시 돈이 쌓이자 침실용품을 파는 가게를 열어 지금은 점포 10여개, 직원 70여명에 자산만 수백만위안에 달하는 지역 부자가 됐다. 경로원이나 쓰촨성 대지진 이재민에게 거액을 기부하면서 자선사업가로 명망도 얻었다.
하지만 탈옥범이라는 신분은 항상 그를 옥죄었다. 재산 명의는 모두 아내의 이름으로 해야 했고, 신분증도 사촌형의 이름을 도용한 것이다. 어머니는 “네가 죽어도 네 이름으로 장례도 치를 수 없다”며 자수를 권했다. 20년간의 ‘그림자 인생’에 지친 그는 자수를 하려던 순간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주위의 신고로 공안에 다시 구속됐다. 법원은 24일 그에게 자수 의사가 있었음을 감안해 탈옥 부분에 대해서는 징역 3년6개월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탈옥 시 잔여 형량 5년8개월을 합치면 앞으로 9년 후에나 다시 옥문을 나설 운명이다.
베이징=김청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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