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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농촌, 가장 위험한 작업장] ⑤ 뒷짐 진 정부

관련이슈 대한민국 농촌, 가장 위험한 작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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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찔금 지원’뿐… 보건복지 증진 말만 번지르르
특별법 만들었지만 실제 혜택은 거의 없어
정부 무관심 벗고 복지예산 확충·법 정비를
“정부의 무관심이 농민을 위험한 일터로 내몰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처럼 안이하게 대응하는 한 각종 안전사고와 농부증 등으로 신음하는 농촌 현실은 달라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농정은 오랫동안 농촌 근대화와 식량 증산, 수입시장 개방 대비에 주안점을 뒀을 뿐 농민 건강 문제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관련 예산을 늘리는 등 농민 건강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농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작다 보니 시장개방 등으로 성난 ‘농심’을 달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있으나 마나 한 정책=정부가 농민 건강에 대한 최소한의 정책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다.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과 ‘농어촌 주민의 보건복지 증진을 위한 특별법’이 한꺼번에 만들어졌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2005년 6월 제1차 농어촌 보건복지 기본계획(2005∼2009년)을 내놓았다.

당시 정부가 농민 건강을 챙기겠다고 나선 것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 정책으로 인한 농촌 사회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관련 정책은 실효성에서 여러 한계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농업인 복지 증진 등 농촌 살리기를 주제로 열린 제2차 농협개혁위원회.
보건복지가족부가 주도한 농촌 병·의원 신설 및 의사 확보 등 농어촌 보건 인프라 구축은 농촌 의료공백 문제 해결에는 적잖이 기여했다. 하지만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한다고 농어촌 곳곳에 일괄적으로 병원을 지어놓다 보니 적자투성이 병원이 속출하고, 실제 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보건 혜택은 별로 없었다”는 지적이 농민단체 등으로부터 나온다.

농림수산식품부 역시 마찬가지다. 농민에 대한 국민건강보험료 지원, 농업인 질환의 예방·치료 지원, 업무상 재해를 입은 농림어업인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된 건 보험료 지원 정도다.

농민약국 이연임 대표약사는 “농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인지 의심이 가는 정책이 많았고 실제 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은 별로 없었다”고 꼬집었다.

농민들은 특히 ‘농어촌특별세’에 대한 불만이 크다. 농특세는 1992년 시장개방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민을 지원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만들어진 특별세로, 농어민 복지를 위해 특별히 쓰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상·하수도망 구축, 도로 건설 등 일반 예산으로 지원해야 할 농어촌 인프라 구축에 ‘지역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농특세가 쓰이면서 ‘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감사원은 2004년 농식품부 감사에서 “농특세는 농어민 후생복지 사업에 사용해야하는데도 농식품부가 1999년 이후 농특세에서 1976억원을 국민연금관리공단 운영비로 지원했다”고 지적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회예산정책처 서세욱 예산분석관은 “정부가 예산으로 농민 보건을 지원하는 건 사실상 연금·보험료밖에 없는 만큼 농민이 보다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적극 나서야=농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 농민 복지 예산을 확충하고 관련법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제도적 보완책과 함께 인적·재정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농림수산 분야에 예산과 기금을 합쳐 총 14조5161억원의 돈을 쓰고 있다. 이 가운데 농민 복지 증진 관련 지출은 총 4067억원에 불과하다. 농어업인 건강보험료의 50%를 보조해주는 데 쓰이는 1707억원(지출의 1.17%)이 사실상 농민을 위한 보건예산의 전부다.

이연임 대표약사는 “농민이 받는 치료비 혜택은 전혀 없고, 건강보험료에서만 혜택을 좀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업에 종사하다 질환을 얻은 농민들이 병을 치료하고 재활에 성공해 농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는 “농민 건강을 위한 구체적 지원이 없다”는 농민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뒤늦게 제도 손질에 나섰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농식품부는 지난해부터 65세 이상 농민의 의료비 본인 부담금을 지원해주고 농부증 개념 정의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전문병원 설립 방안 등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우남 의원은 지난 8월 24일 농민들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교육·사업지원 업무를 담당할 ‘농작업안전보건센터’를 설치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농식품부와 행정안전부는 “재해 감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센터를 설립하는 문제는 아직 결론을 내린 것이 없다”고 밝혔다.

노동환경연구소 이윤근 연구원은 “현 법제상 농민의 안전에 국가가 관여할 근거가 없는 만큼 조속히 농작업 재해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에서 농작업 재해 방지에 앞장서고 있는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 인력난도 심각하다. 전국 169개 농업기술센터에서 일하는 생활지도직(농작업 재해 예방과 환경 개선 담당) 공무원은 579명으로 센터당 3.4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농촌 소득 개선 상담과 농사 기술 이전에 힘써야 할 농촌지도직 공무원까지 농작업 현장에 나가 재해 안전 교육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1997년부터 각 지역 센터의 관리·감독권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됐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 현상이 여전하다”며 “지자체들의 개선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안용성·엄형준·조민중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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