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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 무맥] (22) 내가권(內家拳) ‘3형제’ 태극권·형의권·팔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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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20 01:06:35 수정 : 2010-01-20 01: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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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력보단 마음닦기 중시하는 ‘內修 무술’ 무술과 기공(氣功)의 경계에 ‘내공(內功)’이라는 영역이 있다. 내공은 수련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련의 진정한 목적이랄 정도로 중요하지만 명백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내공에 대한 정의에도 표리(表裏)가 있다. 무술이든 기공이든 수련은 순서가 있어 사이비를 만나면 수련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는 설도 있다. 언제나 정법은 하나라면 사이비는 백이다. 정법(正法)과 사법(邪法)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와 안목이 필요하다.

대체로 정법은 공명정대하기 때문에 담담한 반면 사법은 사람을 호리는 경향이 있어 화려하다. 내공의 심오함은 사람의 무궁무진한 잠재능력과 비례한다. 그래서 수련인의 경지에 따라 다양한 인식과 정의가 있을 수 있다. 특히 현재 범람하는 기공은 각종 정보의 홍수 속에서 비전공자가, 특히 상업적 목적으로 마음대로 창작해낸 것이 많아 주의가 요망된다.

◇중국 무당산의 태극권 수련생들이 무술 수련을 하고있다.
무술은 전통적으로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보위하기 위하여 진법(陳法)에 따라 군사를 조련하여 적을 격살하는 기술이었다. 이에 비해 기공은 처음 생겨날 때부터 전문적으로 사람이 도를 닦아 신불(神佛)로 승화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무술은 그 동작이 공격과 방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기공은 신체를 개변시키는 데 유효한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이 무술과 기공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이다.

무술과 기공은 사람의 신체를 강건하게 단련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만들어진 목적은 다르다. 그러나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무술이 수도를 도와주는 물건으로서 ‘조도품(助道品)’이란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무술의 기능과 동시에 기공의 역할을 하는 ‘무술기공’이 발전하게 되었다. 무술기공은 무술을 수도하는 기공으로 전환한 것이다. 따라서 무술과 기공의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흔히 ‘내가권(內家拳)’ 혹은 ‘내공권(內功拳)’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에 속하는데 태극권(太極拳), 형의권(形意券), 팔괘장(八卦掌)이 그것이다. 이들은 내수(內修) 무술이다.

무술은 실상 기(氣)와 공(功)을 논하는 학문이다. 기와 공은 개념이 다양하고 관련된 용어도 많다. 어떤 사람은 기와 공의 개념을 뒤섞어 쉽게 말하지만 기와 공 사이에는 엄연한 경계와 층차가 존재한다. 수련은 실제로 기를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공을 수련하는 ‘진공부(眞功夫)’이다. 공(功)의 사전적 의미는 ‘노력을 쌓는 것(勞以積也)’이라고 되어 있다. 무술은 본래 군사기술이고, 정예 무사로 숙련되려면 수많은 노력이 축적되어야 한다.

무술에서의 공은 몇 가지 다른 개념이 있다. 과거 군사무술에서 ‘병기계가 굳세고 날카로운(堅利) 것’을 공이라고 하였고, 무술을 ‘전문 단련하는 무공’을 가리키기도 하고, 무술의 ‘기본공법’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 셋은 모두 구분되지만 무술의 기법과 관련되어 있다. 또 하나의 개념이 있는데 ‘에너지(能量)가 변화되고 전환되는 기본물리량’이라는 것이다. 이 개념이 무술이나 기공의 수련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고 응용되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공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중국 내가 무술인 태극권, 형의권, 팔괘장을 두루 섭렵한 무예인 박청정씨.
공은 실질적인 물리량이다. 사람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어서 이러한 공의 물질을 보지 못한다. 이 에너지가 변화되고 전환되는 것에는 주체가 있기 마련이고, 이 주체가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은 그래서 무섭다. 마음먹기에 따라 공이 달라지는 것이다. “흔히 마음이 가는 곳에 기가 간다”고 한다. 이때의 마음(心)은 단지 생각이라는 염(念)과는 다른 것이다. 마음은 염보다는 공물(公物)이다. 염은 마음에 비하면 이미 사물(私物)에 가깝다.

이러한 공에 대해 가장 확실한 정의를 내린 것으로는 “공(功)이란 연마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닦아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 말이다. 진정한 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진(眞), 선(善)뿐만 아니라 인내가 필요하다. 혹자는 공을 제대로 닦으면 흑색물질인 업력(業力)은 백색 물질인 덕(德)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이것이 바로 진공(眞功)이요 순공(純功)인 것이다. 누구나 공을 쉽게 붙이지만 그것은 단지 기를 수련하는 것을 과장한 말이다.

흔히 무술의 3요소라 하면 투로(套路), 격투(格鬪), 공법(功法)이라고 한다. 투로와 격투로서 표면적인 것을 수련하는 것을 연권(練拳)이라 하고, 공법의 단련으로 심화되는 것을 연공(練功)이라고 한다. 연권과 연공에 대하여서는 무예계에서 전해오는 무언(武諺)이 있다.

“권술을 연습을 하고 공법 수련을 하지 않으면 늙음에 이르러도 한바탕 헛것이다(練拳不練功, 到老一場空).”

여기서 연공은 무술에서 기본공을 연마하는 것을 말한다. 마음을 닦는 것을 말하지 않으면 연공이라고 하여도 실제는 연기(練氣)일 뿐이다. 공은 마음을 닦는 수심(修心)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술이 단지 테크닉이 아니라 공이 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마음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무술 내공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보자. 내공은 외공과 대비되는 용어로서 무술 장권의 팔법(八法)에서 잘 정리되어 있다. 팔법은 장권 무술에서 공법(功法)운동으로 수법(手法)·안법(眼法)·신법(身法)·보법(步法)·정신(精神)·기식(氣息)·경력(勁力)·공부(功夫)의 8개로 나눈다. 팔법에서 수법·안법·신법·보법은 외공의 율동(律動)에 속하고, 정신·기식·경력·공부는 내공의 단련에 속한다. 신체의 외적인 요소가 규율에 따라 배합되어 움직이는 것을 외공이라 하고, 내적인 요소가 요구에 따라 수련하는 것을 내공이라고 한다.

그 규율과 요구에는 각각 구결(口訣)로 된 요결이 있다. “주먹은 유성처럼 빠르고 눈은 번개 같구나”(拳如流星眼似電), “허리는 뱀이 움직이는 것과 같고 보법은 요새처럼 굳건하구나”(腰如蛇行步似塞) 등은 외공 요결의 예이며 “정신은 충천하고 기는 하침하구나”(精神充沛氣宜 ), “경력은 순조롭게 전달되어야 하고 공은 순정하여야 한다”(力要順達功宜純)’는 내공 요결의 예이다.

‘손은 빨라야 하고’(手捷快), ‘눈은 밝고 날카롭고’(眼明銳), ‘몸은 영활하여야 하고’(身靈活), ‘움직이는 보법은 안정되고 튼튼하여야 하고’(步穩固) 등은 외공에 대한 것이며 ‘정신은 충만하여야 하고’(精充沛), ‘기력은 아래로 가라앉아야 하고’(氣下 ), ‘경력은 순조롭게 전달되어야 하고’(力順達), ‘공은 순정하여야(功純靑)한다’는 내공에 대한 것이다.

외공과 내공은 다른 각도와 방면에서 얼마든지 부연 설명이 가능하다. 외공이란 인체 외부의 기능인 골격(骨 )·근건(筋腱)·기육(肌肉)·피부(皮膚) 등의 단련을 중시하여 외장(外壯)의 목적에 도달하려는 공법이다. 예를 들면 박타공(拍打功), 배타공(排打功) 등이 있다. 단련 효과에서 신체 외곽의 발달과 기육의 발달에 무게를 두게 되므로 ‘외공권(外功拳)’이라고 한다.

내공은 인체 내부의 기능인 의념(意念)·기식(氣息)·장부(臟腑)·경락(經絡)·혈맥(血脈) 등의 단련을 중시하여 내장(內壯)의 목적에 도달하려는 공법이다. 예를 들면 정좌공(靜坐功), 참장공(站 功) 등이 있다. 단련 효과에서 내장(內臟)의 견실(堅實)과 서적(舒適)에 두게 되므로 ‘내공권(內功拳)’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내공권은 단련 효과로서 외공권·내공권으로 인위적으로 구분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실제에서는 전부 연기(練氣) 차원의 단련일 뿐이다. 연기 차원은 모두 병을 제거하고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차원의 단련이다. 그러나 태극권·형의권·팔괘장의 무술을 ‘내공권’이라고 하는데, 이는 건강 차원이 아니라 수도 차원이며, 수도 차원이란 바로 ‘기제(機制)’를 형성하는 무술이란 뜻이다.

◇중국 내가 무술 태극권의 본가인 후베이성 우당산 입구.
지금까지 이미 많은 공의 개념을 나열하였지만 그 외에도 더욱 많은 공의 용어들이 있다. 공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최저층에서 최고층에 이르기까지 용어가 정의될 수 있다. 혹자는 공을 단순히 ‘호흡과 자세를 끊임없이 조정하는 연습’이라고 하는 정의가 있는가하면, 초상의 개념으로 마음을 닦아야 공으로 연화(演化)될 수 있다는 ‘수심연공(修心煉功)’이라는 고층차의 설법이 있다.

오늘날 무학(武學)에서 이 공과 연결된 용어를 두루 살펴보면 더욱 다양한 공의 내포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공의 단련 형식으로서 투로와 격투 등 지체(肢體)의 인도(引導)를 위주로 움직이면서 단련하는 것을 동공(動功)이라고 하고, 움직이지 않고 정지된 상태에서 단련하는 것을 정공(靜功)이라고 한다. 정공에는 정좌공(靜坐功)과 와공(臥功)이 포괄된다. 무술의 참장공(站 功)은 기본공의 핵심으로서 동공과 정공의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무공은 ‘무술의 단련으로 얻는 공력’을 가리키기도 하고, 무사가 실제 전투에서 세운 공업(功業), 즉 전공(戰功)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처럼 본래 공력이란 무술을 착실하게 단련하여 쌓은 힘이나 능력을 가리키는데, 무협지에서는 ‘몇 갑자 공력’ 운운하며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한 갑자가 60년이니 3갑자라면 180년을 단련한 능력이다. 또 공능(功能)이라는 말이 있는데, 수련을 착실히 쌓아서 신통(神通)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이다. 신통은 요즘 말로 하면 초능력을 가리킨다. 초능력이나 신통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

연권(練拳)에 비하여 연공(練功)은 표면에 머무르지 않고 진일보한 ‘마련공부’(磨煉功夫)의 단계, 혹은 심화 과정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때의 공은 기본공법을 가리킨다. 어느 한 무술의 문파가 지니고 있는 기격의 풍격(風格)이나 신모(神貌)·신운(神韻)을 체현해 내는 것을 ‘무술공부’라고 하는데 반드시 연공의 과정을 통하여 성취된다. 이러한 연공에는 사대공법이라는 것이 있는데, ‘비공(臂功)·요공(腰功)·퇴공(腿功)·참장공(站 功)’이 그것이다.

또 지체관절이 활동하는 폭도(幅度)와 기육(肌肉)이 서축(舒縮)하는 능력, 그리고 유인성(柔靭性)을 높이는 연습을 ‘유공(柔功)’이라고 하고, 신체의 저항력과 공격력을 증강하는 연습을 ‘경공(硬功)’이라고 한다. 보리(步履)가 경쾌(輕快)하고 종도(縱跳)가 자여(自如)하도록 연습하는 것을 가벼울 경의 글자로서 ‘경공(輕功)’이라고도 한다.

◇태극권의 성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당산 전경.
무술내공에서는 내장외용(內壯外勇)으로 내외합일(內外合一)하여 인체의 잠재능력을 격발하는 효과를 획득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중국 고대의 기공으로 전하는 역근경(易筋經)·오금희(五禽戱)·팔단금(八段錦)·육자결(六字訣)의 4대 기공에서는 신체를 강건하게 하여 오래도록 수명을 늘리는 양생(養生)이 그 목적이라고 한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오금희는 고대의 명의인 화타가 만들고 병을 제거하는 데 기준을 두어서 의료기공이 발달하는 요인을 제공하기도 하였지만 모두 내공과 기공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다. 정문(正門)의 무술과 기공은 병을 제거하여 신체를 건강하게 하고 장수하게 하는 양생의 효과에 도달할 수 있지만 수련의 근본적인 목적은 아니다.

내공무술에서 가장 중요한 용어는 바로 기제(機制)다. 기제라는 것은 단지 에너지의 흐름이 아니라, 일종의 에너지가 흐르는 기계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기제는 체계이다. 기제는 일종의 선기(璇機)로서 스스로 제어되면서 움직이는 기계이다. 우주의 조직과 구성은 바로 이러한 기제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것 역시 기제가 하는 일이다. 그러면 이러한 기제를 왜 형성해 내어야 하는가? 바로 아주 높은 고층차로 수련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기제가 없으면 고층차로 수련할 수 없다. 내공권의 수련이 바로 이 기제를 형성하기 위해서 한다고 하지만, 기제 형성의 과정에서 한평생을 소모하게 되는 것이 무술 수련의 일반 정황이다. 인체의 소우주가 기제를 얻는다는 것은 그만큼 소중한 것이다(이상 무예연구가 박청정씨 조언).

태극권·형의권·팔괘장의 무술은 기제를 형성하기 위한 내공 무술이다. 내공과 기공은 바로 기제를 형성하기 위하여 수련하는 것이다. 태극·형의·팔괘의 무술은 각각 음양·오행·팔괘로 확대되는 하나의 원리 속에 있다. 이러한 무술에는 각각 그 무술이 지니고 있는 기제가 있고, 이 기제를 연마해 내는 것이 내공 수련의 진정한 목적이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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