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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 무맥] (21) 최선의 방어가 최선의 공격 ‘경호무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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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04 23:08:00 수정 : 2010-01-04 23: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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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위한 ‘살신성인의 무술’… 근대들어 꽃피워 특공무술이 국방무술, 즉 군사무술과 경호무술의 종합이라면 그것에서 다시 독립한 것이 경호무술이다. 무술이라면 으레 적의 공격을 막고, 극단적으로는 적을 죽이기 위한 살수를 가진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남을 위해, 극단적으로는 내가 죽더라도 보호하는 자를 위해 구성된 무술이 있다. 이른바 경호무술이다. 경호무술의 단면을 보여준 영화 ‘보디가드’가 공전의 히트를 함으로써 경호에 대한 인식이 더욱 일반화되기도 했다. 경호무술의 실패사례는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육영수 여사의 저격, 아웅산 사태 등에서 볼 수 있는데 국가원수나 주요인물에 대한 경호의 성패는 역사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경호무술 사범이 고난도 기술인 반누워상단옆차기를 시연하고 있다.
경호무술은 호신술이라는 가장 소극적인 무술에서 가장 적극적인 혹은 대승적인 무술로 진화한 무술이다. 그래서 때로는 살신성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도대체 왜 무술이 남을 위해서 구성되는 것에 이르렀을까. 인류사를 보면 가부장사회의 등장과 권력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권력자에 대한 경호는 일반화되었다. 옛 왕조시대부터 경호무술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왕이나 귀족 등 주요 권력자에게는 항상 적이 있고, 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경호무술이 존재했다. 사방의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조선조 정조 시대의 무예청의 ‘별감(무감)’이라는 직책은 바로 왕의 측근에서 왕을 엄호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무예청은 권력의 핵심인 궁을 지키는 군대라면 별감은 요즘의 대통령 경호실에 해당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시대라고 하지만 도리어 경호무술은 각국에서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 현대이다. 이는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정규권력에 저항하거나 반대와 혁명을 위해 테러리즘이 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또 문제를 일으키기보다는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고, 마지막에 적을 공격하는 것이 목표인 경호무술은 가장 지혜로워야 하면서도 가장 인내와 끈기, 그리고 경우의 수에 대비하여야 하는 무술이다.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적으로 돌변할지도 모르는 가상의 적을 향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것이 경호무술이다. 세계 각국은 저마다 최고 통치자를 위한 경호원을 두고 있다. 한때 한국의 태권도가 중동의 왕이나 왕가, 혹은 여러 나라의 경호를 위해 수출된 적이 있었다. 그만큼 경호무술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현대적 경호무술은 의외로 젊은 무술인 장명진(張明鎭)씨에 의해 탄생했다고 하면 놀랄 것이다. 경호무술은 1986년 장 사범이 육군 수도군단(708특공대) 복무 중에 최초의 국제적 행사였던 86서울아시안게임 경호작전 임무를 부여받으면서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경호무술은 특공무술과 태어날 때부터 혈연적인 관계에 있다. 특공무술이 적을 향한 필살의 무술이라면, 경호무술은 적이 아닌 경호상대를 위해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한 무술이다. 그래서 특공무술과 다른 철학과 개념과 기술이 필요했다.

경호무술의 착상은 당시 태권도, 특공무술이 군에 보급되어 있었으나 야샵술, 총검술, 단검술 위주의 특공무술과 품새와 발차기 위주의 태권도로는 경호 직무 수행에 부적합하여서 독자적인 무술을 세울 것을 결심하게 된다. 그러한 시대적 책무가 서울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장 사범에게 부여되었다. 경호무술에는 독자적인 경호기법과 호위호신무술의 개념과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경호무술은 그후 88서울올림픽 때에 괄목할 발전을 하게 된다.

경호무술이야말로 가장 기존의 무술을 종합하고 경호의 기능에 적합한 것을 모은 무술이다. 따라서 가장 종합적이고 기능적이고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창안된 무술이다. 다시 말하면 경호무술을 효과적 무술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그 효과란 바로 경호대상이 되는 인물을 보호하고 직무에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만약 경호대상이 죽게 된다면 경호무술을 어떤 대단한 무술과 기술이 있다고 해도 실패한 것이다. 경호무술은 특공무술과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경호무술은 방어 위주의 무술이다. 최선의 방어가 최선의 공격이 되는 셈이다.

무술의 존재이유가 개인의 심신의 단련에 있는 것이라면 경호무술은 전혀 다른 이질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전쟁이나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군사훈련이나 특공무술이 경호무술의 태반이지만, 경호무술은 평화를 유지하거나 적어도 그것을 가장한 채로 시시각각 돌변하는 사태에 임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최악의 상황에는 자신을 살신성인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까지를 가져야 한다. 경호무술을 단순히 기능적인 것으로 치부하지 못하고 무술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호무술 창시자인 장 사범은 어릴 때부터 무술에 발군의 재능을 보였다. 태권도(당시 당수) 사범으로 있던 작은아버지에게 태권도를 배운 것이 무술인으로의 길을 걷게 하는 단초가 되었다. 그 후 유도, 우슈(쿵후), 합기도 등 여러 무술을 배웠고, 그 후 부사관으로 군입대를 한 후 특공무술, 충정훈련을 익혔다. 여러 무술을 두루 섭렵한 것이 도움이 됐다. 무술에는 각기 장기가 있기 마련이고, 경호 상황에 따라 특정한 무술이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호무술 창시자인 장명진 사범이 무중물체떠밀기 자세를 선보이고 있다.
예상치 못한 가운데 무기에 의한 공격, 기습, 다수에 의한 공격, 위치 이동, 에너지 소모 최소화를 통한 효과적 경호를 위해서는 각종 사전 훈련 못지않게 프로그램이 구비되어야 한다. 무술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준비운동이나 연결동작인 투로가 제대로 된 생각보다 드물다. 모양이나 품새만 있는 경우는 실전에서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훈련과 연결동작, 경우의 수에 대비한 시나리오, 프로그램의 완성이 절실하다.

경호무술이 가장 잘 사용하는 것은 하단발차기, 얼굴과 목 등 급소 제압, 그리고 제압당함을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 가운데 제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때로는 공격을 숨기고 소극적이어야 하지만, 반면에 방어에는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또한 물리적 기술도 필요하지만 심리적 기술도 필요하다. 경호무술은 그래서 무술의 종합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호무술은 합기도의 기술체계를 일부 원용했다. 합기도는 어떤 무술보다도 방어위주의 무술적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몸의 동작이 크지 않아서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다른 무술과 달리 스포츠로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 고유의 것을 주장하지 않는다. 또 여러 가지로 변용이 용이한 것이 합기도의 장점이다. 이 땅에 새롭게 태어난 무술의 상당수가 합기도 출신이 만든 것임을 보면 합기도는 ‘무술의 어머니’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호무술은 태권도의 무릎차기, 팔꿈치기, 잡기, 낙법, 선법, 호위낙선법을 도입했다. 특히 직선가격의 파워와 스피드 등을 높이 샀다. 또 합기도에서 방어 위주 스텝을 도입하여 방향전환에 따른 힘의 원천을 극대화하는 데에 주력했다. 몸의 중심을 유지하면서 원심력의 원리를 이용하여 잡기, 꺾기, 던지기 등 다수를 상대하기에 유리하다. 그리고 우슈에서 공격 위주의 몸을 비틀어서 하는 기술, 검도에서 무기잡기와 사용법, 유도에서 밀착되었을 때 당기고, 들고, 매치는 기술을 도입하였다.

여러 무술을 종합한 장 사범은 다시 경호무술 특유의 동작과 투로의 확립은 물론, 보다 과학적인 이름붙이기를 시도하였다. 기초수련법을 비롯하여 전환선법, 호위발차기법, 호위권무형법, 호위낙선법, 호위호신술법, 호위특기술법, 호위대련법, 호위사격술법, 응급구급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부 ‘호위’라는 말이 붙는다.

◇경호무술 도장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고있는 수련생들. 경호무술은 군대와 경찰, 경호처, 국가정보원 등에 보급됐다.
장 사범은 무엇보다도 경호무술의 체계화를 위해 그동안 고군분투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호무술’(1994년) 교본을 저술하는 한편 경호아카데미를 열어 경호무술을 일반인에게 보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일반에게 다가가고 있다. 최근에 경호무술 완성본을 냈다(2004년). 이것은 10여년에 걸친 대작업이었으며 경호무술의 표준화를 위한 역정이었다. 경호무술의 무적공법기법 격투체계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집대성하였다.

이 경호무술은 각 군, 경찰, 경호처, 국정원 등 경호직무 수행 기관과 전국 각 무술단체에 보급되었다. 현재 전국 120개 대학교 경호무술학과 및 전공무술로 채택되고 있다. 최근 중국과 대만에서도 경호무술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접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때 한국의 태권도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의 국가원수의 경호로 명성을 떨쳤다. 이제 경호무술이 그 자리를 대신할 날이 머지않았다.

경호무술은 평상시에는 필요한 생활무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장 사범은 약관의 나이지만 현재 무술계의 원로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는 ‘전통무예 원류적통자’ 모임에도 참가하여 한국의 무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모임은 전통무술의 전승자, 복원자, 창시자 등이 모인 단체이다. 이 모임에는 택견의 전승자 정경화 선생, 선무도의 적운문주, 특공무술의 장수옥 총재 등이 참가하고 있다. ‘전통무예진흥법’의 발효와 함께 한국 무술을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전통무술도 그 언젠가 창시된 적이 있다. 따라서 오늘의 창시무술도 시간과 전통을 쌓아 가면 언젠가는 전통무술이 된다. 그는 먼 미래에 경호무술도 전통무술이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그뿐아니라 자신이 창시한 무술이 세계 각국으로 퍼져서 주요인물의 경호는 물론 일반인의 간략한 호신술로도 사용될 것을 기도하고 있다. 물론 경호무술을 배우면 심신의 단련도 꾀할 수 있다.

“무술은 의식의 자유를 얻고자 하는 수련이다. 수련을 오래 하다 보면 ‘무심(無心)’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팽이가 끊임없이 도는 데도 그 중심축은 조용하게 부동의 상태를 보전하고 있듯이 신체의 자유자재한 움직임의 중심에는 부동의 한 점이 있다. 이것이 부동지(不動智)이다.”

그는 무인과 무도인의 차이를 이렇게 말한다.

“무인은 무술의 본질에 따라 요구되는 의식과 행동으로 자신이 지켜야 할 그 무엇인가를 보호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무도인은 무인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 즉 실체적 사실보다는 이상적 사실에 접근한 사람이다.”

경호무술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복잡한 현대생활에서 범인이나 치한을 만나기 쉽고 이때 간단한 경호무술을 익혀두면 일반인에게도 호신에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생활용품을 무기로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하면 하나, 둘의 무기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산, 전자충격기, 안경, 열쇠꾸러미, 신용카드, 휴대전화, 허리벨트, 삼단봉, 가방, 권총, 열쇠, 시계, 책, 화장품, 머리빗, 아이펜슬, 동전, 머리띠, 머리핀, 목걸이 등을 급조된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어떤 것도 실은 무기가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상당수의 무술이 성공한 후에 족보 찾기 혹은 족보 만들기에 바쁘다. 물론 그것은 성공한 무술이거나 더욱 더 성공하기 위한 무술의 경우다. 족보라는 것은 일종의 권력이며 그래서 권력을 향한 시간의 혈통 찾기는 결코 나무랄 수만은 없다. 온갖 고초 끝에 성공한 사람이 조상 찾고, 고향 찾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일종의 문화적 욕구이다. 그래서 심지어 족보를 사기도 한다. 자수성가한 사람은 제 조상을 섬기고, 못난 놈은 조상 탓하기 마련이다. 조상 탓하는 것보다는 조상 찾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

그러나 조상을 찾기보다 도리어 자신이 잡종(hybrid)임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무술도 있다. 자신의 마치 지상의 모든 무술의 좋은 점, 장기를 따와서 자신의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하는 셈이다. 흔히 한국에서는 단일민족주의, 순혈주의 때문에 잡종을 비하하고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문화적 자강을 위해서 매우 불리한 습성이다. 실은 잡종, 이종교배야말로 문화의 법칙에서도, 종자(種子)의 법칙에서도 우성이고 잡종강세임은 일반적 상식에 속한다. 우리가 선진문물을 계속 들여오고 배우고 하는 것은 다 잡종강세를 하기 위함이다. 잡종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힘이 있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물론 좋은 혈통을 보존하고 자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나는 잡종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이미 자신감에서 우러나온 것이고, 자신감을 가질수록 자신을 보다 새롭게 할 수 있고,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세계에서 최고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한 무술이야말로 미래에 주인공이 될 무술이다. 무신(武神)을 향하지 않는 무술은 처음부터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무언가, 보다 나은 것을 향하여 변화하고 생동하는 것 자체가 바로 무신인 것이다. 장 사범에게는 그러한 이름이 어울린다.

경호무술이나 특공무술은 잡종임을 선언한 무술이다. 그래서 이 두 무술은 계속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무술이다. 스포츠는 상대를 이겨야 한다. 이기는 것은 아름답다. 물론 규칙을 잘 지키면서 싸워야 하는 것은 스포츠인의 기본이다. 그러나 무술은 규칙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무규칙의 규칙을 쓸 수도 있다. 상대와 싸우면서 그 순간 창조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세나 품새라는 것은 창조를 위한 준비물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이기지 못하고, 창조적이지 못하면 실패임이 분명한 것이 무술이다.

경호무술은 보호해야 할 상대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고, 그 목적을 위해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경호는 시종 긴장이고, 드러나지 않는 무술이고, 때로 드러날 때는 경호상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은 가장 대중의 환시 속에 있는 무술이면서 동시에 가장 은자(隱者)의 무술이다. 경호무술은 실지로 그것을 쓰지 않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정말 물처럼 흘러야 하는 무술이다. 경호무술은 보이지 않게, 흐르는 생성의 무술이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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