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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 무맥] 武를 통해 본 한국문화 (19) 한국의 소림사, 골굴사 선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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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2-01 22:01:43 수정 : 2009-12-01 22: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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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원숭이 등 동물의 움직임 본떠
몸에 무리 없고 기의 흐름 원활하게 해
외국인들에 큰 인기… 세계화에도 힘써
◇골굴사 대적광전 앞뜰에서 선무도 수련에 여념이 없는 스님들.
중국 소림사(少林寺·河南省 嵩山)에 소림무술이 있다면 한국의 골굴사(骨窟寺·慶州 含月山)에 선무도(禪武道)가 있다. 옛 신라 화랑이 명산대천을 찾아 심신을 수련하던 자리, 함월산 자락에 자리한 선무도 총본산. 이름하여 선무도 대금강문(大金剛門)이다. 대금강문이라는 말에서 선무도가 단순히 무술이 아니라 선정(禪定)에 들어가는, 견성성불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말한다. 여기서 선정이라는 것은 단순히 좌선이나 명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에서 일심불란(一心不亂) 삼매(三昧)에 들어가는 것이다. 골굴사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감포 앞바다에는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의 30대 문무왕이 왜구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동해 용(龍)이 되었다는 수중릉(水中陵)이 있고, 그 용이 드나들었다는 감은사(感恩寺)가 자리하고 있다. 골굴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인도의 승려 광유(光有)가 인도의 석굴사원 형식으로 조성하고 이어 인근에 임정사(林井寺)를 조성했다. 임정사는 후에 원효 스님이 확장하여 기림사(祇林寺·골굴사에서 1㎞ 거리)라고 하였다. 이 지역은 조선조 때는 수군통제부가 있던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함월산도 범상치 않다. 이제 한국이 세계에 우뚝 서는 아시아태평양시대, 동아시아가 세계의 주역으로 나서는 ‘달의 시대’에 달을 머금은 함월산이 골굴사를 감싸고 있다. 원효대사가 열반했다는 경주 주변의 혈사(穴寺)가 이곳으로 비정되고 있다. 원효대사의 혼령이 이곳에 왕생하여 통일의 기운을 일으키고 있는 느낌이다. 이곳 주불인 마애아미타불(보물 581호)도 문무대왕 수중릉을 향하고 있어서 호국불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골굴사 선무도인들의 우렁찬 고함소리는 지금 ‘신(新)화랑’을 외치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골굴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굴 안에 관음상과 지장불, 약사여래불을 모신 법당이 있다. 골굴사에는 굴속 법당 외에 남근석과 여근석이 기묘한 모습으로 서 있고 깎아지른 듯한 바위를 뚫고 샘물이 솟아 신비감을 더해 준다. 아마도 오랜 옛날, 전불시대부터 성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선무도는 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의 금강영관(金剛靈觀)이 본래 이름이다. 그동안 승가에서 비전으로 전해져 오던 것을 시대의 추세에 따라 대중화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나파나사티’는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를 꾀하는 ‘지관(止觀)수행 체계’로 간화선에서 크게 발전시킨 것이다. 밀교와 천태종도 이 수행법을 실행하고 있다.

“선무도의 제 수행 형태는 근본불교에서 비롯된 밀교적인 수행법으로 정중동의 조화를 통하여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을 정화하기 위함이며, 그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가 정신과 육체의 청정무구법신을 이루어 위없는 깨달음에 나아가기 위함이다.”

본래 불가에는 스님들의 선정수행을 도우는 건강유지법으로 불교무술이 비전되어 왔는데 승병제도가 있을 당시는 매우 발달하였다. 억불숭유의 조선조에 이르러 불교무술은 억압을 받아오다가 임진왜란 당시 필요로 인해 승병제도가 1592년부터 갑오경장이 일어난 1894년까지 운영되었다. 갑오 이후 승병제도가 없어지고부터 선무도의 맥이 끊어졌으며, 그동안 무예를 백안시하는 풍토가 절집에 만연하였다. 선수행을 하는 승려들 사이에는 관절염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불교무술과 양생법을 잃어버린 탓이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석굴사원 형식의 골굴사.
선무도의 구성은 선요가, 선무기공, 선무술로 크게 나뉘며 좌관(坐觀), 입관(立觀), 행관(行觀) 등의 수행법이 있다. 선무도에는 봉, 검, 권 등 각종 병장기 기술이 총망라돼 있다. 선호흡은 호식(呼息), 지식(止息), 흡식(吸息)의 3단계로 이루어지고 다양한 동작이 곁들여진다는 점에서 단전호흡과 다소 다르다.

선호흡에는 특히 서서 생활하는 인간에겐 척추 아랫부분에 무리가 가해진다는 점에 착안, 7종의 동물-호랑이 원숭이 용 곰 거북이 학 사슴을 본떠 기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12개의 동작이 있다. 선무도의 가장 큰 특징은 부드러움이다. 신체에 큰 무리가 없으면서도 강력한 파괴력을 구사한다. 다른 무예가 공격과 방어의 개념으로 구성돼 있다면 선무도는 신체의 유연성과 균형을 바탕으로 불교의 이상세계를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수직보행을 하면서 각종 척추질환에 시달리게 되었고, 네 발 짐승에서 볼 수 없는 각종 질병이 생겨났다. 동물동작들은 중추신경계와 내장생리계, 교감신경 및 부교감신경계, 그리고 호흡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현대의 도시인들은 운동 부족과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도리어 일종의 ‘동물-되기’ ‘자연-되기’가 큰 수련의 원리이다. 인간도 자연 속에서 숨쉬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소림무술의 시초는 달마대사가 면벽수련을 하는 승려들의 건강을 위해 5가지 동물의 움직임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선무도도 마찬가지이다. 이 동작을 수련하면 모든 병의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고 본다. 불가에서는 참선을 하다가 병이 나면 여러 기공법으로 치료를 하였으며, 선무도에는 그러한 이치가 곳곳에 스며 있다.

선무도는 범어사의 고(故) 양익(兩翼) 스님이 1960연대에 복원함으로써 빛을 보게 됐다. 양익 스님은 1971년 범어사 극락암에 연수원을 설립한 후 적극적으로 불교무술 지도법을 개발하였고, 1978년에는 청련암에 금강영관 수련원을 열어 본격적으로 지도하였다. 청련암에는 선무도의 여러 동작을 그린 그림들이 입구에 그려져 있다. 이는 중국의 소림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함이다.

골굴사 적운(薛寂雲) 스님을 비롯하여 보령 백운사 법천 스님, 마산 성덕암 가영 스님 등 선무도를 대표하는 스님들이 모두 양익 스님의 제자들이다. 적운 스님은 3기였다. 적운 스님이 ‘선무도대금강문’의 적통을 이었고, 이밖에 시중에 알려진 선관문, 불무도 등이 선무도 계열이다.

선무도를 복원한 양익 대종사는 관주(觀主)였고, 현재 적운 스님은 문주(門主)이다. 선무도 총본산은 현재 전문 무술인의 양성과 일반인의 심신건강 교육 프로그램 및 사찰체험 등 여러 방향에서 운영되고 있다.

적운 스님은 25년 전에 서울 돈화문 앞에서 도장을 열고 도시포교에 나섰다. 처음엔 치료센터, 건강요법에 치중했으나 현재는 템플스테이(temple stay)로 운동의 방향을 바꾸었다. 템플스테이는 1992년부터 운영한 것으로, 한국 불교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사찰을 찾는 외래 관광객에게 가장 신선한 프로그램으로 다가서고 있다.

특히 연말연시에 ‘해넘이 해맞이 선무도 템플스테이’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이며, 사찰 안내와 참배, 강의와 시연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벽안의 관광객에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천지기운이 생동하는 새벽 4시, 새벽을 여는 목탁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예불과 독경과 좌선은 물질문명에 찌든 서양인에겐 심신의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골굴사 선무도대학 강당에 선 적운 스님. 뒤에 대종사 양익 스님의 사진이 보인다.
적운 스님은 일찍부터 무술을 좋아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태권도와 검도 등 각종 무술을 익혔으며, 20세(75년)에 부산 범어사에서 출가하여 7년간 수도에 전념, 비구계를 받고 선방에서 있다가, 84년부터 선무도의 복원창시자 양익 스님을 만났다. 양익 스님은 60년대부터 선무도의 복원에 주력하여 전국의 노스님들을 찾아다녔다. 선무도는 특히 일제강점기 때 만주에서 독립운동에 나섰던 스님들 중에 고수가 많았다. 그러한 선배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적운 스님 대에 와서 선무도가 세계적으로 꽃을 피우게 된 셈이다.

선무도는 무술이지만 수행과 무술의 비중을 따지자면 10대 1이라고 한다. 수행이 먼저라는 얘기다. 현재 골굴사에는 선무도대학, 선기공재활복지센터, 선무드라 춤 테라피 연구소, 맑은마음사람들운동본부 등이 함께 있다.

선무도는 깨달음을 위한 수행법이기에 적을 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기는 무술이다. 선무도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호흡이다. 어떤 힘겨운 동작을 할 때도 참선을 할 때의 호흡과 선정을 잃어서는 안 된다. 빠른 동작이나 느린 동작이나 힘든 동작이나 가벼운 동작이나 항상 호흡이 같아야 한다.

선무도는 한마디로 ‘움직이는 선(禪)’이다. 참선에선 좌선이 중요하지만 행선(行禪)을 병행하는 것이 선무도이다. 선무도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아나파나사티’라는 호흡법을 중심으로 해서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를 통해 참다운 깨달음을 얻는 수행법이다.

조신법(調身法)은 선요가를 비롯하여 선무도의 동(動)과 정(靜)의 조화를 통해 심신을 맑고 건강하게 가꾼다. 조심법(調心法)은 명상과 참선수련을 통해 자아(自我)를 깨닫게 하고, 진실된 언행과 적극적인 자신감을 배양함으로써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한다. 조식법(調息法)은 ‘아나파나사티’라는 부처님의 바른 호흡법으로 들숨과 날숨의 조화를 통해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삼매로 인도하는 선호흡법이다.

골굴사 법당에는 원효대사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저는 속세로 말하면 원효대사의 46세손입니다. 무예인을 떠나서 한 수행자로서 원효대사를 존경하며 따르고자 합니다. 원효대사의 화쟁(和諍)사상을 몸으로 실천하여 출가승으로서의 깨달음을 달성함은 물론이고, 분단의 아픔을 딛고 이제 통일을 앞둔 국가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불가에서는 인연을 중시합니다만 아무래도 제가 설씨로 태어나서 이곳 골굴사에서 일생일대의 대업에 매진하게 된 것은 범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선무도를 거친 인구는 수만 명에 달한다. 인터넷에서 관리하고 있는 인구만 9000여명 수준이다. 이 중 1600여명이 유단자이다. 유단자들은 무조건 ‘선무도대학’에 입학하여야 한다. 미래의 선무도 동량을 키우기 위해서다. 외국인 수련생들도 500∼600여명에 달한다. 외국인 가운데는 프랑스인이 300여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인이 200여명, 오스트리아·캐나다인이 각 30여 명이다. 조만간 미국과 유럽에 선무도 지부를 낼 계획이다. 적운 스님은 지난해 애틀랜타 애모리대학(기독교 감리교재단)의 초청을 받아 특강을 하기도 했다. 적운 스님은 미국에서의 성공도 자신을 하고 있다. 애모리대학은 2007년에는 티베트의 달라이라마를 초청하였고, 그 다음해에 적운 스님을 초청하였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지난해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연인원 2만8000여명에 달했다. 지난해 한국관광객 10만여명 중 30%가 골굴사를 찾은 셈이다.

적운 스님은 그동안 마치 ‘무소의 뿔’처럼 선무도의 세계화를 위해서 달려온 셈이다. 적운 스님은 경주시의 협조로 지난해까지 ‘제6회 화랑의 후예, 전통무예 대회’를 개최해 왔는데 올해 7회 축제부터 ‘골굴사 무예대회’(2009년 11월1일)라는 타이틀을 보탰다. 올해 대회는 특히 ‘골굴사 중창 20주년, 선무도 포교 25주년’을 겸했다. 전국의 16개 무예단체의 무술인 300명이 참가하고, 4000여명의 일반인이 참관을 하는 등 성황리에 끝났다. 민간 차원에서 벌이는 무술대회로는 사상 처음이다. 적운 스님은 올해 행사에 대해 만족하면서 정부 차원의 협조와 지원이 있으면 발전 속도가 훨씬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에서는 소림무술을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순전히 사찰 레벨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한국문화의 해외선양과 한국불교의 해외포교를 위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절실합니다. 특히 외국인들의 관심이 지대한 것이 큰 보람입니다.”

선무도는 동국대학교를 비롯하여 부산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경희대학교, 경주대학교, 서울예술대학교 등 10여개 대학교에 전공 및 교양과목으로 개설되었으며, 상황과 여건에 따라 변화가 있지만 지금도 여러 대학에서 개설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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