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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 무맥] ⑦마음속에 있는 신선(神仙), 국선도(國仙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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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7-02 11:50:35 수정 : 2009-07-02 11: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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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마음을 하나로… ‘무병장생’을 꿈꾸다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논할 때 여러 단어들을 떠올리지만 실은 ‘선도’(仙道)만큼

호소력이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아직 체계화나 복원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건강에 도움을 주고, 마음공부·몸공부·기(氣)공부를 통해 스스로 안심입명하고 자존할 수 있는 인격을 만드는 데에 일조를 하였음에 틀림없다. 선도는 무예의 입장에서 보면 내공(內功)이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호흡법이고 외공(外功)이 권법에 해당한다. 요즘 개념으로 보면 수양무예, 건강체육에 가깝다.

◇북한산 백운대 아래에서 선정에 들어가 있는 김성환 정사.
선도의 기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핵심은 단전호흡이다. 단전호흡은 흔히 도가(道家)의 전유물처럼 느끼지만 실은 옛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생활상식에 속했다. 옛 사람들은 흔히 약간의 한의학 상식을 가졌듯이 나름대로 호흡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퇴계 선생도 ‘활인심방’(活人心方)이라는 단전호흡을 했고, 김시습(金時習·1435∼1493)도 ‘용호’(龍虎)를 단련하는 법을 후세에 전했다. 김시습 이후에는 북창(北窓) 정염(鄭?, 1506∼1549), 참동계(參同契)를 주해한 권극중(權克中·1560∼1614)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정염은 복잡한 단전호흡 체계를 일반인이 알기 쉽게 요약정리해 주어서 이 분야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실지로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정염의 ‘용호비결’(龍虎秘訣)을 통해 단전호흡에 접했다. 단전호흡의 대가들이라는 사람의 상당수가 실은 용호비결을 나름대로 읽고 해석하여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특히 이 비결은 필사본으로 나돌았는데 여기서 단학(丹學)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다.

“참동계 한 편은 실로 단학의 비조가 되는 책이나 천지의 이치를 참작하고 괘효(卦爻)에 비교하여 설명하였기 때문에 처음 배우는 사람으로서는 어려운 것이다. 지금 입문에 있어서 쉽게 알 수 있는 것을 몇 장 적으니, 이것을 깨달으면 한마디로 족한 것이다.”

이 필사본은 용호비결, 폐기(閉氣), 태식(胎息), 주천화후(周天火侯), 현관비결타좌식(玄關秘訣打坐式)으로 나뉘어 있는데 모두 10장 미만이다. 폐기란 보통 허파호흡을 하는 것을 단전호흡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태식은 단전호흡을 말하는데, 호흡을 배꼽 아래 3치 정도 아래에 있는 하단전으로 내리는 것을 말한다. 추천화후는 호흡을 통해 축기된 기운을 소주천, 대주천에 따라 운기하는 행공을 말한다. 이 밖에도 절집 주변에서 재래의 호흡법이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본래 선가(仙家)와 도가(道家)와 불가(佛家)는 서로 통하는 점이 많았다. 그래서 선가와 도가들은 절집이나 주변의 암자에서 기식(寄食)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마도 1970∼90년대 단전호흡 붐은 사찰과 암자 주변에서 전수받은 은일(隱逸) 인물들에 의해 일부 전해오다가 복원된 것으로 보인다. 선가나 도가들은 흔히 자신들의 족보를 단군에 끌어다 붙이기를 좋아한다. 그래야 전통성도 인정받고 정통성도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보를 단절 없이 확인할 수는 없다. 그래도 선도가 자연발생적으로 원형을 어느 정도 복원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인간의 몸의 구조나 자기복원력 때문으로 보인다.

◇백운대에서 학우세를 펼치고 있는 국선도인들.
급하면 호흡은 목으로 올라간다. 안정되면 될수록 호흡은 아래로, 단전으로 내려간다. 잠잘 때는 물론 호흡이 저절로 배 쪽으로 내려간다. 그래서 ‘미녀는 잠꾸러기’라는 말이 나온다. 단전호흡은 의식적으로 호흡을 배꼽 아래 1치 반 정도 아래에 있는 단전으로 호흡을 내리는 일이다. 또 내려서 운기를 함으로써 몸 전체의 소통을 꾀하는 것이다. 흔히 소통이라고 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을 뜻하지만, 실은 우리 몸도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전호흡은 심지어 공기 중에 있는 영양소를 들이마시는 관계로 건강에 크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였다. 현재 선도수련을 하는 단체는 국선도, 단학선원, 덕당(德堂) 국선도, 이밖에 여러 곳이 있다.

‘생활국선도’의 기치 아래 선도를 수양과 건강법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덕당국선도’는 현재 도반만도 65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 사범만도 1200여명에 이른다. 총본원을 비롯하여 지원만도 30여개이고, 직장분원은 강남구청·경기도의회·경기지방경찰청·경찰대학교·과학기술부·관세청·국토해양부 등 각급 관공서를 포함해 학교·은행 등 120여개에 이르고, 단전교실은 강남구민회관·논현동문화복지회관 등 240여개에 이르러 전국적으로 400여개의 수련장에서 수련하고 있다.

특히 덕당국선도는 2004년 ‘덕당국선도 단전호흡법’(전3권)을 집대성하여 현대판 선도체계를 완성했다. 국선도에 입문하면 제일 먼저 중기단법(전·후편 각 50일 이상)에 들어간다. 그다음에 건곤단법(전·후편 각 50일 이상), 원기단법(전·중·후편 각 200일 이상), 진기단법(진기대기단법, 180일 이상)의 순으로 올라가는데 진기에 이르면 검은 띠가 되고 나름대로 유단자가 되는 셈이다. 각 단법에는 전편, 후편으로 나뉘어 있다. 국선도는 3년 이상을 하여야 진기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복잡한 산업사회에서 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도시인들에게 정신적 여유를 주고 명상의 기회와 신체단련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회복하게 하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대부분의 국선도인은 낮에 직장에 다니거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다. 특히 정신노동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덕당국선도는 산중에서 선도를 전문적으로 닦는 것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선도를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서 보다 단순하고 쉽게 할 수 있는 동작을 개발 중이다. 복잡한 동작보다 단순하면서도 오래 실천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선도(國仙道)는 위로는 신라의 풍류도·화랑도, 고구려의 조의선인(早衣仙人), 그리고 고조선의 ‘한밝문화’ ‘밝달문화’로 연결된다. 그러나 고금소통(古今疏通)이나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잘못되어 도리어 옛날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마치 옳은 것처럼 선전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는 호랑이 굴에 호랑이를 잡으러 갔다가 도로 잡히는 꼴이다. 특히 무슨 신통술을 부리거나 우화등선(羽化登仙)이나 장생불사(長生不死)라고 해서 죽지 않고 신선이 된다고 하면서 혹세무민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덕당국선도가 제일 먼저 내세우는 슬로건은 ‘선도는 종교가 아니다’라는 점이다. 어떤 종교인도 함께 수련할 수 있는 것이 선도이다. 선도만이 삶의 정의인 양, 삶의 전부인 양 선전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옳은 선도인의 자세가 아니다. 선도는 옛 고조선문화체계이지만 그것이 오늘의 종교가 될 이유는 없다.

“어떻게 죽지 않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불로장생(不老長生)만 되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크게 아프지 않고, 몹쓸 병인 암이나 당뇨,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에 걸리지 않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그만입니다. 그 이상의 수련을 일반인에게 요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절 주변의 암자에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여 오다가 1960∼70년대 이후 시중에 얼굴을 내민 선도를, 평생을 바쳐 체계화하는 데에 성공한 덕당(德堂) 김성환(金性煥) 정사(正師)는 “생활선도의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이것을 특히 강조하는 까닭은 선도인 중에 종교적 활동이나 메시지를 통해 선도를 종교화하는 경우나 정감록 등의 참서(讖書)를 통해 사회적 물의에 휘말려 들어간 안타까운 경우를 보았기 때문이다.

국선도는 민족 고유의 도(道)이다. 여기서 ‘도’라는 말은 특정종교가 아니라는 말이다. 국선도는 무병장생(無病長生)을 위한 양생(養生)의 도이다. 장생(長生)이라는 말은 쓰지만 불사(不死)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불사(不死)라고 하면 이미 종교적인 의미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신수련법이라고 공표한다. 국선도인은 전인적 인간상을 창조한다. 이는 마음과 몸이 하나라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도장에는 대학 교수, 언론인, 법조인 등 화이트칼라들이 많습니다. 특히 정신노동을 많이 하는 도시 직장인들에게 선도와 같은 수련법은 크게는 자연친화력을 높이게 됩니다.” 

◇국선도인들은 누구나 두좌법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김성환 정사가 서울 용산구 남영동 숙대입구역에 도장을 낸 것은 1977년 10월. 그러니까 올해로 32년째다. 그가 청계천(1971년 1월 ‘정신도법 총본원’ 개원)과 종로(1971년 10월 ‘선도단전수련원’ 개원)에서 활동한 것을 포함하면 39년째이다. 선도의 산증인인 셈이다. 그는 요즘 남영동 총본원에 있는 경우가 드물다.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淸雲面) 삼성리(三聖里)에 작은 농원 겸 야외수련장을 마련하였는데 그곳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농선병행(農禪竝行)이 있었듯이 선도인도 농선병행(農仙竝行)을 하여 농심(農心)을 키움으로써 자연친화적인 사고를 하고 자연으로의 회귀를 실천할 수 있는 내공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우선 그가 그것을 실천하고자 함이다.

그는 최근 선도의 이론적 심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선도의 대중적 확산과 함께 이론을 보다 단순하고 정확하게 체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음양사상을 숭배한 민족입니다. 쉽게 말하면 몸과 마음에서 중화(中和)를 달성하는 것이 선도입니다. 중화라는 것은 말은 쉽지만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허황한 욕망에 시달리고 저급한 감정에 휘둘립니다. 음양오행이란 동양천리이며 자연법칙입니다. 자연을 배반하고는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전후, 좌우, 상하로 움직임을 통해 몸의 균형을 이룹니다. 그렇게 하면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국선도를 하면 건강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자신감과 창의력이 올라갑니다. 이는 결국 국선도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비적 능력을 최대한 올릴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동양문화가 서양문화에 비해 정(靜)을 중시하는 이유와 선도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쉽게 말해준다. 그는 앞으로 서양 사람들이 동양의 이러한 ‘정’에서 문명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고 말한다. 선정(禪定) 좌선(坐仙)하는 것도 같은 문화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국선도 훈(訓)에 정심(正心), 정시(正視), 정각(正覺), 정도(正道), 정행(正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바를 정(正)이라는 것은 실은 바로 고요할 정(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정(靜)하지 못하면 정(正)을 달성할 수 없지요.”

최근 그는 전통적인 천부삼경인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에 관심을 더 갖고 있다. 이것은 종교 이전에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큰 기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천부삼경을 케케묵은 것, 쓸데없는 것처럼 선입견을 갖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제가 오랫동안 연구해 본 결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물질적인 생활수단은 많이 발달했습니다만 도리어 정신적인 것은 퇴보한 감도 없지 않습니다. 천부경을 흔히 조화경, 삼일신고를 교화경, 참전계경을 치화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삼일신고의 내용을 보면 깜짝 놀랄 진리가 들어 있습니다. 삼일신고는 천훈, 신훈, 천궁훈, 세계훈, 진리훈 등 5개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진리훈은 167자로 되어 있습니다. 진리훈은 삼진(三眞), 삼망(三忘), 삼도(三途), 삼법(三法), 삼보(三寶)로 되어 있습니다. 삼법인 지감(止感), 조식(調息), 금촉(禁觸)을 통해서 결국 삼진인 본래의 성명정(性命精)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착하고 맑고 후덕한 마음을 갖는 게 국선도인의 이상적 인간상입니다.”

그는 우리 민족의 슬기를 믿는다고 말했다. 우리 민족 정신사의 맥을 쥐고 있는 그는 나이가 들수록 은자(隱者)·신선(神仙)의 전통에 마음이 가는지, 아예 삼성리에 들어가 ‘노선’(老仙)으로 살아가고 싶은 눈치였다. 2006년부터 서울 회관 건립을 위한 자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회관 건립이 마지막 남은 꿈이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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