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한반도 침략을 미화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극우 교과서의 채택률이 지난해에 비해 열 배 이상 치솟았다. 내년부터 약 5만명의 일본 중학생이 수업을 통해 극우의 허황된 주장을 역사적 사실인 양 주입받게 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일 2012년도 국공립 및 사립 중학교에서 사용할 교과서의 수요를 집계한 결과 극우단체인 ‘새로운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계열의 이쿠호샤(育鵬社) 교과서의 점유율이 크게 신장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각 지역 교육위원회는 지난 8월31일까지 내년부터 4년간 사용될 중학교 교과서 채택 작업을 마무리해 그 결과를 문부과학성에 보고했다.
이쿠호샤의 역사 교과서와 공민(사회과) 교과서는 각각 4만7812권과 4만8569권으로 점유율이 각각 3.7%와 4%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2010년도 채택 수요의 6.6배와 11.6배에 달한다.
이쿠호샤 교과서는 독도와 관련해 “한국에 의한 다케시마 점거는 국제법상 아무 근거 없는 불법점거”라고 기술하고 있으며, 조선 병합 과정을 근대화로 미화하고 있다.
새역모는 올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일제의 침략 전쟁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피해를 언급해온 기존 교과서들을 ‘자학사관’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면서 대대적인 ‘애국 마케팅’을 펼쳤다.
이에 제동을 걸어야 할 감독기관인 문부성은 오히려 교묘히 새역모를 두둔하고 있다. 문부성은 오키나와(沖繩)현 다케토미(竹富)섬이 이쿠호샤 교과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쿠호샤가 아닌 타 출판사 교과서를 채택할 경우 무상으로 교과서를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해 파문이 일고 있다.
문부성 측은 “동일 교과서 채택 지구는 같은 교과서를 채택해야 하는데, 다케도미섬이 이를 무시하고 다른 교과서를 선택하려고 해 유권해석을 한 것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다케토미섬 측은 헌법상의 무상의무교육 조항에 반하는 것으로 노골적인 극우 교과서 편들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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