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좋은 작품은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한다”고 말한 이현정 LG아트센터 공연기획팀장은 “뛰어난 기획자가 되려면 두려움이 없고, 사물에 민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차수 선임기자 |
관객을 먼저 아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극장 문을 열기 전 그가 공을 가장 많이 들인 부분이 ‘시어터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다. 관객 입장에선 티켓 구매를 손쉽게 할 수 있고, 공연장 측면에선 관객을 대상으로 통합적 관리가 가능한 자체 매표 운영 체제다. 이 팀장은 “불필요한 돈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공연장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극장을 꾸준히 찾는 관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게 하나둘 찾기 시작한 회원이 20만명이다.
관객도 함께 성장했다. 초반 20∼30대 회원이 세월이 흘러 30∼40대 회원이 됐다. 그들이 50% 이상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까닭에 강남 관객이 더 많을 듯하지만 강남 관객은 약 30%를 차지한 반면 강북 관객이 40%를 넘는다. “오히려 강남 관객 찾기가 고민”이라며 웃었다.
이제는 감동의 깊이를 추구한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 형태의 프로그램을 한 달에 4∼6번 운영한다. 작품 제작에 직접 참여해 봄으로써 배우는 예술이다.
“안무가 정영두의 ‘제7의 인간’도 얼마 전 회원들과의 워크숍을 진행했죠. 참여한 회원 20명 모두가 3월 공연에 티켓 예매를 했어요. 이해한 작품을 무대서 만나면 감동이 다르죠. 그 감동이 다른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 초대권은 NO!
LG아트센터에 공짜표는 없다. 김의준 대표의 원칙이다. 초대권의 폐해를 잘 알고 있기에 개관 때부터 초대권 없는 공연장을 선언했다. 관객을 100명 놓고 하더라고 공짜 관객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 이 팀장은 “관객 찾아 다니느라 초반엔 고생도 했지만 그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관객의 사전 매표율이 높아졌고,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평균 매표율 74.4%를 기록했다. 아내가 공연장에서 일한다고 공짜 티켓은 없다.
“남편도 티켓을 구입해요. 거꾸로 공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티켓구입비로 나가는 비용이 만만찮아요. 신중하게 고르라고 잔소리를 하죠. 하하.”
초대권이 사라지니 관객도 당당히 좋은 작품을 요구한다. 그가 더 바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 년 해외출장이 4∼5번이다. 한국에 오면 해외 아티스트와의 연락을 챙기느라 바쁘다. 시간 차 때문에 새벽 2∼3시에 일어나 전화를 붙잡아야 할 때가 많다. 몸이 덜 힘들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대신 부러운 게 있다. 유럽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공연된다. 국내서도 그랬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뮤지컬만큼 연극, 무용도 성장하길 바란다. 뮤지컬은 쉽게 받아들이는 반면 연극, 무용은 관계없는 것이라고 선을 긋는 게 속상하다.
“어떻게 하면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고민해요. 한번만 봐도 금세 달라질 텐데 그 한번이란 기회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아요. 우리 공연장이 꾸준히 풀어내야 할 부분이죠.”
# 무대에서 승부를!
공연장마다 빛이 나는 공연이 따로 있다. 무조건 작품만 좋다고 올리는 건 아니다. 공연장 성격에 맞아야 하고, 관객 성향과도 부합해야 한다. 10년이 되니 감이 생겼다. 이젠 작품을 보면 딱 느낌이 온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공연을 찾죠. 그렇게 오다보니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아요. 젊은 아티스트 위주로 새로운 무대를 열어가는 데에서 색깔을 찾은 거죠.”
연극 ‘검은 수사’와 ‘단테의 신곡’은 파격적인 무대를 보여준 대표적 예다. 2002년 여름 공연된 ‘검은 수사’는 객석 2층 발코니에 무대를 설치했다. 1000석의 객석이 200석으로 줄어들었다. 대신 1층 객석과 무대, 발코니 전부가 무대가 됐다. 그 해 겨울에 올린 ‘단테의 신곡’에선 무대에 어른 무릎까지 차는 물을 채워 넣었다. 바닥부터 수영장처럼 만드는 대대적인 공사였고, 들어간 물의 양만 해도 3만2000리터였다.
독특한 작품뿐 아니라 좋은 작품을 꾸준히 보여주기 위한 파트너십도 같이 가져가고 있다. “한번 인연을 맺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작품도 무대서 올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아티스트와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아티스트 사이에 입소문이 나 먼저 공연을 하고 싶다는 연락도 온다. 2006년 캐나다 안무가 마리 슈이나르 컴퍼니의 ‘바디 리믹스’는 그렇게 해서 올라간 작품이었다. 국내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늘려가고 있다.
올해 10주년에도 다양한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해왔던 것만큼 하자예요. 5주년을 한번 지내고 나니 해마다 올라가는 작품이 다 중요하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늘 주옥같은 작품들이죠. 하하. 다만 앞으로의 10년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이미 올해 무대는 그의 머릿속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2011년 선보일 작품 찾기에 몰두 중이다. “한 해를 먼저 살아가는 것도 행복하다”고 했다.
윤성정 기자 ysj@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큰 정치인’ 고노 요헤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12/128/20260612500224.jpg
)
![[기자가만난세상] 아이 낳기 ‘더’ 좋은 나라 되려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07/03/128/20250703518632.jpg
)
![[세계와우리] 비핵화 밀어낸 북·중 정상회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22/128/20260122518803.jpg
)
![[김양진의 선견지명] 기지市 이야기](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5/28/128/20260528519355.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