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기록물(이하 5.18 기록물)이 31년만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25일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김영진 국회의원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국제자문위원회(IAC)는 전날 영국 맨체스터에서 제10차 회의를 열고 한국의 '5ㆍ18 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가 제출한 안건을 심의해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등재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유네스코에 제출된 5월 기록물은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중앙정부 등 국가기관이 생산한 자료와 군 사법기관의 수사기록, 재판기록,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자료, 시민 성명서, 사진.필름, 국가 보상 자료 등 5ㆍ18의 전개와 흐름을 보여주는 4271권(85만8900여 쪽)의 기록문서철과 필름 2017개 등이다.
또 피해자들의 병원 치료기록 1만2766장, 국회 5.18민주화운동 진상조사 회의록 3권, 국가의 피해자 보상자료 3880권, 미국의 5.18 관련 비밀해제 문서 3471쪽 등이다.
광주시와 전남도 공무원들이 작성한 5.18 민주화운동 일지와 피해ㆍ수습대책, 복구기준, 시체매장계획, 사망자 인적사항 조사보고, 매장자 명단과 함께 보상자료도 포함됐다.
또 포고령 위반 관련 처리지침 및 지시, 무혐의 처리 수사기록, 위반사범 접수 및 조사현황 등도 들어 있다. 자료 원본은 그동안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보관하고 있었으며, 최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돼 보존 중이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6.25 전쟁 이후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으로 오늘날 한국 민주화의 초석이 된 5.18의 가치와 그 유산을 세계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에 제출된 5.18 기록물들은 항쟁의 당사자들이 '폭도'로 몰려 구속되고, 많은 시민들이 생명의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전두환 신군부 계엄군의 총칼에 맞선 장엄한 기록물들이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유치활동을 벌여 온 '5ㆍ18 기록유산 등재 추진위' 김영진 위원장은 "다음달 중으로 유네스코와 협의를 가져 7월께 광주에서 5월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선포식을 개최할 계획"이라며 "광주와 같은 민주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세계 도시들과 MOU를 체결해 1년 내내 광주에서 전세계 민주화의 열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귀국 후 오는 28일 국립 5ㆍ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이날 대 시민보고회를 가질 계획이다.
하지만, 유치활동 기간에 일부 보수와 우익 단체들이 "5ㆍ18은 폭동이었다"며 5.18기록물에 대한 등재 반대운동을 펼치기 위해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까지 변호사를 파견해 반대 운동을 벌여 '나라망신'이라는 빈축을 샀다.
한편 IAC는 이와함께 조선후기 국왕의 동정과 국정 운영 사항을 일기체로 정리한 연대기인 '일성록(日省錄)'도 등재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직지심체요절, 조선왕조 의궤, 해인사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동의보감 등 9개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광주=류송중 기자 nice20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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