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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안하면 불안·금단증상… ‘10대들의 마약’

입력 : 2013-02-26 10:50:39 수정 : 2013-02-26 10: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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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시간 이상 사용 10%… 2.2% ‘중독 위험’
수업중에도 채팅·검색… 교육현장 폐해 심각
카톡 왕따·와이파이셔틀 등 학교폭력 피해도
경기지역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의 휴식(점심)시간. 대부분 학생이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장난을 치기보다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조용하다. 각자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과 ‘카카오톡’(카톡) 채팅, 인터넷 검색, 음악 청취 등에 몰두하고 있다.


고교 교사 A씨는 스마트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그는 얼마 전 수업 중에도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는 B군을 몇 차례 꾸짖으며 수업 전 스마트폰 제출을 요구했다. 그때마다 B군은 입에 담기 힘든 폭언에다 “인권 침해로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반항했다. A 교사는 “승강이에 지쳐 B군의 스마트폰 사용을 방치했더니 다른 학생들도 거리낌없이 따라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스마트폰이 교육현장을 병들게 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스마트폰이 교실을 ‘장악’하면서 수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학교의 ‘사회화 기능’까지 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이 청소년들에게는 ‘손 안의 작은 세상’보다 ‘손 안의 마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학교폭력과 위화감을 유발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

25일 교육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기종에 따라 100만원을 오르내리고, 국내 10대 이용자가 이미 300만명을 넘어 설 만큼 청소년들의 필수품이 돼버렸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9월 도내 초·중·고생 145만1000여명을 상대로 스마트폰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66%(초등 47.6%, 중 75.9%, 고등 77.2%)가 스마트폰을 보유했다. 이들 학생의 하루 평균 사용시간은 1∼3시간이 45%로 가장 많았고, 5시간 이상도 10%나 됐다. 이 중 2.2%는 ‘중독 위험군’으로 나타나 인터넷(1.01%)의 2배를 넘었다.

인천부내초등학교 황재인 교사는 전화통화에서 “스마트폰에 중독된 학생들은 사고력과 인내력, 집중력이 떨어지고 폰이 없으면 불안감과 폭력성향 등의 금단증상까지 보인다”며 “이런 현상이 중·고생에서 초등학생으로 번지고 있어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경기지역 한 초등학교 6학년인 김나영(13·가명)양은 친구들이 ‘카카오톡’(카톡) 대화를 신청할까봐 잠잘 때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카톡 대화방이 10개가 넘는 김양은 “사소한 대화를 나눌 뿐인데 나만 빠지면 따돌려지는 것 같고 불안해서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학교폭력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표적이 된 학생을 카톡 대화창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비하하고 위협하는 ‘카톡 왕따’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일진 학생들이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하려고 약한 학생에게 항상 ‘핫스팟’(초고속 무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도록 전파를 중계하는 무선랜 기지국)을 켜도록 강요해 비싼 요금을 물게 하는 ‘와이파이셔틀’도 있다. 한때 의류업체 N사 제품처럼 스마트폰 소유 여부나 브랜드·기종별 가격에 따라 학생 서열이 매겨지는 ‘스마트폰 계급표’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역기능을 예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수단이 없다.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치는 교육도 부실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전국 초·중·고별로 ‘스마트폰(게임·인터넷 포함) 중독 예방 전문교사’를 한 명씩 양성해 생활지도에 나서기로 했지만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운영위원인 강정훈 교사(안산 초지고)는 “스마트폰의 교육적 폐해를 막으려면 교내 사용 규제와 윤리교육 의무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학부모 역시 스마트폰을 사줄 때 신중을 기하고 사전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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