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호 경기청장도 물러나 조현오 경찰청장이 최근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경찰의 부실 대응 및 허위 발표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9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조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13층 대청마루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용서를 구한다”면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관할 책임자인 서천호 경기경찰청장도 이날 사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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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이 9일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고개를 숙여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특히 “이번 사건은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경찰의 가장 중요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관련 책임자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묻고 사건 축소와 거짓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청와대와 상의 없이 혼자 사퇴 결정을 했다”며 “사건 발생 초기에는 지나간 상황을 파악 못했지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러나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제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둔 조 청장이 사퇴함에 따라 경찰청장 임기제가 도입된 2003년 이후 이택순 전 청장을 제외한 5명의 치안총수가 임기 도중 낙마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조 청장의 사의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조 청장 사의 수용 방침은 경찰의 감찰 결과 112신고센터의 무능함으로 인한 상황 오판, 허술한 대처, 부실 수색, 사건 축소 및 거짓 해명 등 심각한 문제점이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조 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만큼 본인 입장을 수용할 것으로 안다”며 “다만, 조 청장의 사퇴 시기는 총선 이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임에는 이 대통령과 같은 포항 인맥으로 분류되는 이강덕 서울경찰청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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