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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예측도 없이… 자사고 ‘예고된 미달 사태’

입력 : 2011-11-25 00:02:12 수정 : 2011-11-25 0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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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6곳 2년 연속 정원 부족
교과부 ‘숫자 늘리기’에만 혈안
정부, 실패 인정 커녕 “현행 유지”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의 핵심인 자율형사립고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서울 지역 자사고 26곳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미달 사태를 겪으면서 교육계에서는 현 정부의 자사고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로운 학교 유형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외연만 확장하려던 데서 온 ‘예견된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실패를 인정하기는커녕 기존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4일 “서울 지역 일부 자사고에서 미달이 나타나긴 했지만 제도가 정착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동양고 등 미달 학교들이 추가모집에도 정원의 60%를 채우지 못해 지정 취소를 신청하면 2월 중에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사고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간사였던 이주호 장관은 2012년까지 100개를 자사고로 지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2009년 25곳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51곳을 자사고로 지정했다. 

자사고는 도입 초기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일반계고의 3배가 넘는 등록금으로 ‘귀족학교’란 비난이 일었고, 첫 입학생 선발 당시 서울 지역에서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의 부정 입학이 드러나기도 했다. 자사고에 대한 현장의 반응이 싸늘하자 편법으로 지정되는 일도 나타났다. 첫해에 30곳이 목표였지만 신청 학교가 39곳에 불과하자 결국 25곳만 지정했고, 이마저도 숫자를 채우기 위해 지정 요건(재단전입금이 등록금의 5%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 학교들까지 지정한 것이다.

결국 ‘숫자 늘리기’에만 혈안이 되다 보니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은 물론,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질을 검증하지 못해 2년 연속 대규모 미달이 나타났다. ‘문패’만 자사고로 바꿔 단 학교에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내며 지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자사고 밀어붙이기’는 계속됐다. 지난해 입시에서 무더기 미달이 나타나자 미달 학교에 대해 국고를 지원해 정상화를 돕는 ‘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전·편입학을 학교가 자율로 정하도록 하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교육계에서는 자사고를 실패한 정책으로 인정하고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워크아웃을 통해 지원금을 주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용문고는 워크아웃을 신청해 5억원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올해 또다시 미달 사태를 겪었다.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자사고 정책이 실패로 드러났지만 정부는 ‘땜질식 처방’만 내놓아 학교 현장의 혼란만 키우고 있다”며 “정부는 자사고 정책을 포기하는 것을 포함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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