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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아 생사 분초 다투는데… 산과·소아과는 영역 다툼만

관련이슈 한 생명이라도 더… 수술 시급한 출산의료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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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따로, 소아과 따로
“고위험 산모의 산통이 시작돼 종합병원 산과에 연락하면 소아과에 직접 문의해서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 여유가 있는지부터 알아보라고 합니다. 번거롭게 산과와 소아과 두 곳에 연락해야 하는 셈이죠.” 우리나라 출산의료체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말이다. 미숙아·저체중 아이를 낳을 우려가 있는 고위험 산모들이 어렵게 병실을 구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고위험 산모·태아의 건강한 출산을 위해서는 출산 직후 소아과 전문의의 초기 진료가 중요한데, 소아과 의사가 산과 영역인 출산에 참여하지를 못한다. 산과와 소아과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벽이 건강한 출산을 가로막고 있다.

◆가깝고도 먼 산과와 소아과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신 20주에서 출산 후 28일까지’의 출산 전후기(주산기)에는 임신부와 태아, 신생아의 생명 위험성이 매우 크다. 고위험 산모·아이의 건강은 임신과 분만, 산후관리, 신생아관리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지킬 수 있다. 특히 고위험 상태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제때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면 평생 장애를 지닌 채 살아가야 한다. 장애를 지니고 태어나면 사회·경제적인 비용 지출도 적지 않다.

과거 임신 28주 미만이나 출생체중 2㎏ 미만의 아이를 살릴 가능성이 매우 낮았으나 요즘에는 임신 22주, 23주, 출생체중 380g까지도 건강하게 받아낼 정도로 의료기술은 발달했다.

산과와 소아과는 고위험 산모·태아의 출산 전후를 맡는 유기적인 관계인데도 현실적으로 협력 진료·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출산 특성상 자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일어나고 책임 소재를 놓고 싸우다 보니 전통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간호사는 간호사끼리, 전공의는 전공의끼리 앙숙관계다.

최근 뜻있는 산과와 소아과 의사들이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서로 다른 학제로 편성돼 있다 보니 한계가 있다.서울 삼성서울병원과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의 산과가 NICU 설치를 위해 소아과에 공간을 내준 사례도 있으나, 모 대학병원 산과 교수들은 정부의 NICU 지원사업을 반납하라고 소아과 교수들을 종용하고 있다.

◆정확한 출산 전후 통계도 없어

출산의료체계가 산과와 소아과로 이원화해 있다 보니 출산정책에 필요한 기본적인 통계 작성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아과에서는 임신 37주 미만의 미숙아와 2.5㎏ 미만의 저체중 출산을 당국에 보고하지만, 산과 단계에서는 따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는다. 소아과로 가기 전에 산과 외에도 개인의원 또는 전문병원 산부인과에서 사산 또는 유산, 낙태가 이뤄지더라도 실상을 파악할 수 없다. 아웃풋 단계의 통계만 있을 뿐 인풋 단계의 통계가 없는 셈이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 영아사망률(연간 1세 미만 사망자 수/출생수×1000)은 3.2명으로 세계적인 수준인 일본(2.8명)보다 조금 높고 미국(6.3명)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4.6명)보다 낮다. 우리나라가 출산의료 선진국에 접어든 것일까. 전문가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미숙아를 비롯해 모든 신생아의 출생과 사망, 태아 사망까지 의료기관이 보건당국에 신고하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자료 수집은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출생신고와 소아과의 미숙아와 저체중 보고에 의존할 뿐이다.

출산의료 수준을 가늠하는 핵심 기준인 ‘출산 전후기 사망률’(임신 28주에서 출산 7일 이내 사망자 수/(출생수+사망자 수))은 아예 작성조차 되지 않는다. 생후 28일 이내 사망하는 신생아 사망률만 파악한다.

인제대 부산백병원의 임신 25주 미만 신생아 생존율은 2007년 23.4%에 그쳤으나 2009년 정부 지원의 NICU 센터가 들어서면서 지난해 75.1%로 크게 높아졌다. 2006년 이전에는 임신 25주 미만 신생아의 분만 자체가 없었다. 5년 전 해당 산모와 태아는 어디로 갔을까. 서울 등 대형병원으로 가서 출산한 사례도 있겠지만, 상당수 태아가 생명을 채 펴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한양대 구리병원 김창렬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소아과에서는 임신 24주, 체중 500g 미만의 미숙아도 살릴 수 있다고 보지만 산과, 특히 지방에서는 28주, 1㎏ 미만이면 포기하고 적극적으로 살리려 하지 않는다”며 “병원이 부모와 암묵적 합의 하에 막 태어난 아이를 분만실 한편에 내버려 둬 숨지게 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최서희 전문의(소아청소년과)도 “산모와 가족에게 안전하지 않으면 낳지 않겠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임신 22∼24주의 미숙아만 하더라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희준·신진호·조현일 기자  specia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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