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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캘퍼·증권사 직원 ‘ELW거래’ 검은 유착

입력 : 2011-04-26 23:26:05 수정 : 2011-04-26 23: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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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회선·시세정보 등 편의 제공 수백억 챙겨
검찰, 증권사 차원 조직적 개입 여부 수사 확대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을 교란시키는 ‘스캘퍼’들이 증권사 직원과 유착하고 ‘검은 공생’의 관계를 맺은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증권사 직원의 개인적 비리인지, 아니면 증권사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 개시 후 활동을 중단하고 잠적한 스캘퍼가 많지만, 검찰은 “모두 찾아내 처벌할 것”이란 강경한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26일 스캘퍼 손모(40)씨와 현대증권 과장 백모(38)씨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앞서 손씨와 팀을 이뤄 활동한 스캘퍼 조모씨 등 3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조만간 이들도 불구속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는 2009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백씨 등 3개 증권사 직원과 짜고 일반 투자자나 다른 스캘퍼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거래할 수 있는 전용회선을 제공받아 77조3362억원어치 ELW 상품을 거래해 100억원의 부당이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 등 3명도 같은 수법으로 200억원의 부당이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스캘퍼들의 거래 편의를 봐준 대가로 차명계좌 등을 통해 약 2억원을 송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손씨 등 스캘퍼 4명은 서울 여의도 한 백화점 내 비밀 사무실에 컴퓨터 7대를 놓고 백씨 도움으로 증권사 전용회선까지 설치한 뒤 수십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ELW 상품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 말고 다른 증권사 2곳도 이들한테 증권사 전용회선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여의도 백화점에서 작업을 한다는 뜻에서 자기 팀을 ‘여백’이라고 불렀다고 검찰은 전했다.

손씨 등은 현대증권에서 근무할 때 백씨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증권사와 스캘퍼 간 구조적 유착 관계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검찰도 증권사 몇몇 직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증권사가 직접 스캘퍼를 고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 아닌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 대상에 올린 스캘퍼는 손씨 등 ‘여백’팀 말고도 5∼6개 팀 소속 20∼30명이 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스캘퍼 수사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해 증권사와 스캘퍼를 상대로 수사를 계속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스캘퍼=분 또는 초 단위의 초단타 매매 기법을 통해 하루 최소 100회 이상 주식을 사고팔아 수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 금융당국에 따르면 ELW 시장에서 하루 평균 100억원 이상을 거래하는 계좌는 0.2%에도 못 미치지만, 이들의 거래 대금은 전체의 무려 76.8%에 이른다.

주식워런트증권(ELW)=미래의 어느 시점에 개별 주식이나 지수가 오를지 내릴지를 놓고 내기를 건 다음, 그 권리를 증서로 만들어 사고파는 파생상품이다.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고 주가가 하락할 때에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기적 성향이 강한 투자가들 사이에 인기가 있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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