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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젖 먹이려… 어미소의 ‘안타까운 모정’

입력 : 2011-01-19 22:43:57 수정 : 2011-01-19 22: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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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안락사 주사 맞고도… 젖 다먹을때까지 버틴후 숨져 구제역으로 가축한 살처분 매몰처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죽음을 앞둔 어미소의 자식사랑이 연이어 목격돼 방역요원들이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안타까운 모정을 목격한 방역요원들은 ‘몹쓸 짓’을 한다며 하루빨리 구제역이 종식되기를 바랬다.

최근 강원 횡성군 횡성읍의 한 농가에서 안락사 주사를 맞은 어미소가 숨지는 와중에서도 갓 태어난 새끼에게 끝까지 젖을 물리는 장면이 목격돼 살처분 현장에 있던 공무원 등 관계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당시 살처분에 참가한 축산전문가 A씨는 19일 현장에서 믿기 힘든 장면을 목격하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살처분을 맡은 공무원이 어미소를 안락사시키기 위해 근육이완제인 석시콜린을 주입하는 순간, 어린 송아지 한 마리가 다가와 젖을 달라며 보채기 시작했다. 소마다 이완제에 반응이 나타나는 시간이 다르지만 주사 후 대부분 10초에서 1분 사이 숨을 거두는데 이 어미소는 새끼에게 젖을 물린 채 2∼3분을 버티더니 젖을 뗀 뒤에야 털썩 쓰러졌던 것.

젖을 먹은 송아지는 영문을 모르는 듯 쓰러진 어미소 곁을 계속 맴돌았고, 이를 본 현장요원들은 죽음도 뛰어넘은 어미소의 모정에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A씨는 “비록 살처분되는 어미소지만 가축도 모성애가 강인하고 위대하다는 사실을 새삼 알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원주시 문막읍의 한우농가에서 살처분 작업에 참여했던 수의사 조모(39)씨도 축사 분만실에서 목격한 어미소와 새끼소의 이별을 잊지 못하고 있다.

조씨는 “주사를 놓으려니까 한 어미소는 새끼를 막아 서서는 꼼짝도 안 하고 지키고 서 있기도 했다”며 “병들거나 아픈 가축을 살려내야 할 수의사가 오히려 죽여야 하는 현실에 마치 저승사자라도 된 양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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