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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재갈 물리기’는 제동… 악성루머 확산은 불가피

입력 : 2010-12-28 22:23:40 수정 : 2010-12-28 22: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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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개념 불명확… 사람마다 달라 허위사실도 표현의 자유 속해”
유언비어 유포 처벌 어려워져…4대강 등 정부 비판글 넘쳐날 듯
28일 헌법재판소의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국가정책이나 주요 사건을 둘러싸고 수사기관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든 처벌 수단이 사라졌다. 법무부가 “처벌규정 신설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당분간 정부 정책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나 각종 사건에 대한 루머와 유언비어 유포 행위 등을 처벌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수사기관이 이 조항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었으나, 법을 손질하지 않은 정치권과 정부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공익’과 ‘허위의 통신’ 개념 불명확”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2008년 7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8월 외환환전 업무 중단’이란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가 ‘국가신인도를 저하시켰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김모씨도 같은 해 6월 진보신당 홈페이지와 인터넷포털 다음의 ‘이명박 탄핵투쟁연대 카페’에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 진압 과정에서 시위여성을 강간했다’는 글과 합성사진을 게재했다가 기소됐다. 박씨와 김씨는 법원에 각각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가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을 이끌어 냈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7명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형사처벌한다’는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에서 ‘공익’과 ‘허위의 통신’ 부분이 모두 불명확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한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 가치·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법 전문가라고 해도 마찬가지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위 사실 표현도 ‘표현의 자유’ 보호 영역에 속해 제한적으로 규제해야 하는데, 해당 조항은 규제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상 음해·악성루머·유언비어 우려

헌재 결정으로 검찰과 경찰이 정부 정책 등을 비판한 네티즌에 두루 적용한 처벌 조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미네르바 박씨처럼 정부 정책 등을 비판하는 인터넷 논객의 입지가 더욱 넓어졌다.

내년 완공을 앞둔 4대강 사업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비판 글도 인터넷에 넘쳐날 전망이다. 헌재가 허위사실의 표현일지라도 수사 당국이 무작정 제한하는 걸 문제 삼은 만큼 합리적인 비판이 아닌 악성 비판이 확산하는 건 불 보듯 한 상황이다.

대형 사건과 관련한 인터넷 허위 사실 유포 사범 처벌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관련자를 처벌하려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피해자의 고소·고발을 접수해야 가능한 탓이다. 이 탓에 천안함 침몰 사건이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처럼 국가안보 위기 상황에서 유언비어가 난무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이끌어 낸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오른쪽)씨와 변론을 맡은 박찬종 변호사(가운데)가 28일 서울 헌재 청사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피의자들 재심 ‘봇물’ 불가피

헌재 결정으로 해당 조항 적용을 받아 처벌받았거나 재판 중인 사건은 자동으로 무죄가 된다. 대법원도 2008년 촛불시위와 관련해 허위문자 유포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적 있다. 올해 천안함 침몰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유포했다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관련자들도 검찰 공소 취소나 법원의 무죄 선고를 받게 된다.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은 모두 혐의 없음으로 처리된다. 대법원에서 해당 법조항으로 형이 확정됐다면 소급적용돼 무죄 판결이 내려진다. 수사 과정 등에서 구속됐거나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엔 따로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을 청구해 일정 부분 보상받을 수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전기통신기본법 관련 논란
2008년
●검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관련 ‘촛불시위 여대생 사망설’, ‘경찰, 촛불여성 강간설’, ‘단체 휴교설’ 인터넷 유포자 등 기소. 검·경, ‘광우병 인터넷 괴담’ 전면수사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쥐코’ 동영상을 블로그에 게재한 KB한마음 김종익씨를 서울 동작서에 수사의뢰
2009년
●검찰시민단체 ‘국민행동’, ‘4대강 왜곡 동영상 유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2명 검찰에 고발
●경찰, ‘학생 우선 접종은 임상시험’ 등 신종플루 백신 관련 괴담을 인터넷 등에 유포한 고교생 입건
●인권위, “전기통신기본법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의견 헌재 등에 제시
2010년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2010연례보고서’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지적
●대법원, ‘촛불 단체휴교’ 문자 보낸 20대에 무죄 확정
●검찰, 천안함 침몰사건 관련 ‘북한 전쟁 개시’ 문자 전송자 기소
●검찰, 인터넷에 북한의 연평도 포격 관련 ‘현역병 입대’ 문자 유포자 등 수십명 기소
●‘연평도 포격 가짜 위성사진’ 게재한 미군 사병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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