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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반말… 잡일… 머슴이 따로 없어요”

입력 : 2010-03-06 11:05:16 수정 : 2010-03-06 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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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할인매장 등 유통업 종사자 근로실태 살펴보니… “출근했는데 몸이 안 좋더라고. 간호사가 열이 40도 가까이 된다며 쉬라 했어. 담당자한테 말했더니 ‘참 가지가지 한다. 알아서 해’라며 전화를 끊더라고. 정말 서럽고 열 받지.”(대형 할인마트 여성 근로자)

“마트 관리자는 무시를 해도 대놓고 반말하고 욕하진 않지. 여기 오면 정말 온갖 잡일도 다 해야 하고 근무시간도 길어. 마트에서 일하는 언니들이 우리 보고 불쌍하다고 그래.”(기업형 슈퍼마켓 여성 근로자)

주부가 아니더라도 대형 할인마트는 도시민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다양한 상품에 가격도 저렴하고 쇼핑 환경도 깔끔해 인기다. ‘더 싸고 더 친절하게 고객을 모신다’며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까지 가세해 치열한 고객유치 경쟁을 벌여 고객으로서는 득이다. 하지만 그 뒤편에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신음하는 근로자의 눈물이 있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가 노동부 의뢰로 조사해 작성한 ‘백화점·대형 할인매장 등 유통산업 종사자에 대한 근로실태 및 근로자 보호방안’ 조사 결과에는 대형·기업형 유통업 종사자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마트 계산원(캐셔)은 “의자놓기 운동이 일어나 계산대에 의자를 갖다 놓긴 했다. 그런데 의자가 대중목욕탕 높이라 무릎이 안 좋은 사람은 오히려 앉았다 일어나는 게 더 힘들다”며 “매장 쪽을 향해서 앉아 있다가 고객이 계산대 근처에 오면 벌떡 일어나서 맞으라고 하니까…”라고 말했다.

대형 마트에 종속된 입점업체 직원들은 마트 측의 무리한 요구에도 눈물을 머금고 들어줘야 하는 처지를 토로했다. 한 직원은 “자기(마트)네 PB(자체브랜드)상품 진열까지 우리한테 시키는 거예요. 마트 직원들은 연장근로수당을 별도로 주지 않으려고 업무시간 후 바로 퇴근시키죠”라며 “행사물품이라든가 이런 것도 같이 진열하라고 해도 다 따라야 합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골목상권 잠식 논란으로 문제가 된 기업형 슈퍼마켓은 유통업계 근로자들에겐 백화점, 대형 마트보다 더 힘든 근무환경으로 기피 대상 1순위에 꼽힌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들은 ‘기업형 슈퍼마켓, 대형 마트, 백화점 순으로 노동 강도가 세다’고 꼽았다”며 “기업형 슈퍼마켓은 업체 측에서 요구하는 것도 많고 근무시간도 길며 입점업체 직원에게 반말이라든가 차별적 처우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전국에 지점을 둔 4개 백화점과 4개 대형마트 직원 1249명(정규직 478명, 무기계약직 117명, 비정규직 64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취업 동기로 계산원 등 비정규직원은 “경제적 이유”(47.7%)를 가장 많이 들었으나 정규직(45.0%)과 무기계약직(40.2%)은 주로 고용 안정성을 꼽았다. 또 백화점, 마트 할 것 없이 직원들은 고객 만족을 위해 억지웃음도 마다하지 않는 ‘감정노동’을 ‘많이 요구받는다’(36.3%)고 호소했다. ‘약간 요구된다’와 ‘보통이다’라는 응답자 비율은 각각 20.1%, 28.9%였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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