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서초구립 양재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서초시니어앙상블 단원 9명은 음악을 통해 봉사하는 것이 마냥 즐거운 듯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전날 데뷔 무대의 감동과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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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시니어앙상블 단원들이 28일 서울 서초성심노인복지센터에서 치매 노인들을 대상으로 첫 연주회를 열고 있다. |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28일 처음으로 서울 서초성심노인복지센터을 찾아 치매 노인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했다. 이달 초 노인의날 행사 때 데뷔할 계획이었으나 신종플루 사태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계속 미뤄오다 연 무대였다.
단원들은 “음악에 취해 몸을 흔들고 아는 선율이 나오면 흥얼거리고, ‘참 잘한다’고 좋아하는 걸 보니 우리도 흐뭇했다”고 입을 모았다. 9곡의 연주가 끝난 뒤 큰 박수와 함께 ‘앙코르’를 받았을 때에는 감동적이었다고 저마다 말을 보탰다.
첫 무대에서 클라리넷 독주를 한 최정숙(61·여)씨는 “다른 어르신들과 음악을 통해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좋은 기회였다”면서도 “조금 떨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제1 플루트의 김선옥(57·여)씨도 “치매 어르신들이 오랜 시간 들어주셔서 감사했다”며 “봉사하는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마추어 연주단이라지만 다양한 출신의 단원 중엔 ‘숨겨진 실력파’도 많다. 트롬본을 부는 이종구(64)씨는 다른 아마추어 실내악단 단장과 지휘까지 맡고 있다. 이씨는 “기존 악단에서도 가끔 연주봉사를 한다. 매번 내가 더 기분이 좋다. 관객이 좋아하는 것을 느끼면 더 좋아진다”며 “기대보다 더 큰 성과를 얻어가기 때문에 이번에 본격적으로 자원봉사 연주단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1 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박현선(61·여)씨는 “그동안 학생을 가르치기만 했지, 직접 바이올린을 잡아본 건 수십년 만이었다”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봉사하자’는 생각이 들어 봉사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쑥스러워했다.
음악과 봉사의 의미를 잘 알기에 한마음으로 노년을 즐겁게 사는 앙상블 단원들. 11월 양재노인복지관 작품전시회 축하 공연, 복지관 자원봉사팀 연말 감사 행사 등 쏟아지는 연주 요청에 “연습을 더 많이 해야겠다”며 열의가 대단하다.
외교관 출신으로 공직 생활 중 틈틈이 배운 첼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오기철(61)씨는 “아프리카 수단 대사로 근무할 때 현지 보육원·양로원에서 연주활동을 하면서 음악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며 “나부터라도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운 바이러스’를 뿌리면 언젠가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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