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면적의 54% 파헤쳐져… 누런 속살 드러내
일부부처 착공연기… “세종시 무산 위한 각본” “차라리 대한민국 국민이길 포기하는 게 낫죠.”
스산한 가을 풍경이 대지를 휘감은 19일 오전, 충남 연기군 남면 일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현장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드러내듯 생기를 잃고 있었다.
국도 1호선 주변의 ‘밀마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설현장은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분주히 오가는 등 겉보기에는 여느 건설현장과 다를 바 없었다.
남면 일대는 40만㎡에 이르는 정부청사 부지를 비롯한 전체 면적의 54%가 이미 누런 속살을 드러낸 채 파헤쳐져 있었다. 광역도로망과 내부순환도로 등 번듯한 길이 여기저기 윤곽을 드러냈고, 2012년 입주를 앞두고 도시 서쪽의 남면 송원리에 조성 중인 첫 마을에는 곳곳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 아파트 골조공사가 한창이었다.
세종시 건설에 드는 총 22조5000억원의 사업비 가운데 보상비 4조2000억원을 포함해 5조4000억원이 이미 집행됐다. 지난해 착공한 행정중심타운의 국무총리실 등 1단계 1구역은 터파기 등 약 7.6%의 공정이 진행됐고, 연말에는 2구역 공사가 발주될 예정이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이 같은 풍경은 이제 눈속임을 위한 제스처에 불과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
정부가 세종시 특별법 제정이나 이전기관 고시 등 해야 할 일은 미루다 이제와 원안 수정론을 끄집어내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올해 마지막 농사를 짓기 위해 아직 마을을 지키고 있는 양화리와 진의리 주민들은 “보상금도 시원찮고, 조상묘도 이미 다 옮겼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가슴을 쳤다.
양화리 임봉철 이장은 최근 총리실 공사 진척이 지지부진하고 경제부처 건축과 주민복합센터 4곳의 착공이 내년으로 미뤄졌다는 언론보도에 “세종시 건설을 무산시키려는 치밀한 각본”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지용 주민건축조합 부조합장은 “정부가 법까지 만들어 놓은 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보상금 갖고는 새 주거지를 짓지 못해 주민 40%가 딱지값을 받고 팔아야 할 판에 세종시 건설이 무산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변 땅값과 딱지값까지 떨어져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핏대를 세웠다.
실제 3.3㎡당 50만원대이던 세종시 주변 전답은 최근 10만원 안팍으로 급전직하했다. 1억원을 넘던 이주민 택지 딱지도 매매가 뚝 끊겨 3000만원선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뿐 아니라 건설업체나 부지 조성 공사를 맡은 토지주택공사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1단계 지역에서 아파트를 짓기 위해 부지를 분양받은 12개 건설사들이 중도금 납부를 미루고 있고, 이미 2개사는 계약을 해지당했다. 7000가구가 착공된 첫마을 아파트는 아직 분양을 미룬 상태다. 세종시에 캠퍼스를 조성하겠다고 양해각서까지 맺은 수도권의 한 대학은 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미적대고 있다.
오채영 토지주택공사 세종시사업지원팀장은 “공식 발표가 없으니 법대로 진행하고 있지만 모두들 눈치보기로 일관해 답답한 심정”이라면 “정부가 하루빨리 방향을 정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기=임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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