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해당 안 돼… 재해율 높은데 혜택 못 받아
농업인 안전공제 가입률 낮아… 안전망 확보 시급
이경민(49·강원도 화천군 신대리)씨는 2005년 가을걷이를 하던 중 콤바인에 낀 볏단을 꺼내려다 손가락이 빨려들어가면서 왼손 약지를 잃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이씨는 46일간 입원하면서 치료비 500만원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공장 근로자였던 김대호(47·경기도 안성시 미양면)씨는 고령의 부모님을 대신해 양돈업에 뛰어들었다가 사료 배합기 스크루에 한쪽 다리를 잃고 말았다. 5개월 넘게 병원 신세를 지는 동안 농장은 전염병으로 황폐화했고 부농의 부푼 꿈을 안고 빌린 돈 1억5000만원은 빚으로 남았다. 김씨는 그나마 민간보험에 가입해 둔 터라 보험금으로 일부 빚을 갚을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공장 근로자였던 김대호(47·경기도 안성시 미양면)씨는 고령의 부모님을 대신해 양돈업에 뛰어들었다가 사료 배합기 스크루에 한쪽 다리를 잃고 말았다. 5개월 넘게 병원 신세를 지는 동안 농장은 전염병으로 황폐화했고 부농의 부푼 꿈을 안고 빌린 돈 1억5000만원은 빚으로 남았다. 김씨는 그나마 민간보험에 가입해 둔 터라 보험금으로 일부 빚을 갚을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2008년 산업재해 발생 통계를 보면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 가입 근로자 1348만9986명 중 9만5806명(0.71%)이 재해를 입었다. 이에 비해 산재보험에 가입한 농업종사자(3만7736명)의 재해율은 1.39%(527명)로 전체 근로자 평균 재해율의 두 배에 달했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이수진 교수(산업의학교실)가 2004년부터 3년간 농협의 ‘농업인 안전공제’에 가입한 농민 보상 건수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재해율은 1.75%로 평균 산업재해율보다 크게 높았다. 안전공제 보상 건수에는 10만원 이하 소액 부담 사고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재해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이 2008년 14개 마을 주민 955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 사고 경험 유무를 설문조사한 결과 무려 17.9%(171명)가 사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국제노동기구는 농업이 건설업이나 광산업 못지않게 산재 위험순위가 높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기업형 농장과 농산물 가공공장 근무자 등 3만7000여명을 제외한 대부분 농민은 산재보험 가입자격이 없어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했을 때 육체·정신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 손실로 인한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농민을 재해로부터 보호할 대체 수단으로는 ‘농업인 안전공제’ 제도가 있다. 농업인 안전공제는 연간 6만8500∼8만7500원의 보험료를 내고 1년간 재해를 보장받는 제도다. 이 중 정부가 50%를 보조하고 지자체나 지역 조합에서도 일부를 지원해 준다.
농작업 관련 재해가 발생하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사망은 최고 6000만원, 장해는 등급에 따라 6000만원 이하의 장해공제금이 지급된다. 입원비와 치료비도 일부 지원된다. 하지만 재활을 하거나 유족들이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나마 강제 가입이 아닌 임의 가입 형태여서 빈농은 금전적 부담으로 가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 농협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농민 167만명 중 76만4000명(45.7%)이 가입했다.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임현술 교수(예방의학는 “안전공제는 자발적으로 돈을 내야 하는데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필요 없어서 가입 안 하고, 정작 필요한 사람은 돈이 없어서 가입을 못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산재보험 대상에 자영 농민이 포함되지 않은 것과 달리 대부분 선진국가는 농민을 포괄적인 노동자 개념으로 인식해 산재보험이나 이와 비슷한 형태의 보험에 가입토록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18개국이 강제로 산재보험에 농민을 가입시키고 있으며 노르웨이, 일본 등 4개국이 임의 가입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제도가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8개국에 불과하다.
연세대학교 원주 의과대학 고상백 교수(예방의학교실)는 “농업은 우리 사회 근간을 이루는 1차 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며 “농촌 산재보험 문제를 고용관계로 이해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정부가 안전망을 만들지 않는 한 농민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김진수 교수는 “농촌에서 노인 인구가 늘고 있는데 그냥 놔둔다는 건 사고를 방치하는 것과 같다”면서 “재해 보장 제도를 도입하면 안전교육 등 예방 활동을 통해 재해율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산재보험제도 대신 농민에게 맞는 재해 보장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수입을 보전해 주는 산재보험과 달리 다친 농민을 대신해 일할 일꾼을 고용하도록 ‘비용’을 지급하면 큰 재정적 부담 없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안용성·엄형준·조민중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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