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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제 시행 20년… 양적 발전 그 뒤에는…

입력 : 2009-03-13 21:50:50 수정 : 2009-03-13 21: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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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늘어도 인력 허덕… ‘재범 방지’ 구멍
서울 동부보호관찰소에서 재범 가능성이 큰 이들을 전담하는 이길복 팀장은 지난 11일 오후 5시30분쯤 경찰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보호관찰 명령을 어긴) 지명수배자를 붙잡았다”는 연락이었다. 곧바로 경찰서에 달려간 이 팀장은 1년 넘게 행방을 쫓던 A(42)씨를 넘겨 받았다. 2007년 12월 절도와 점유이탈물횡령죄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A씨는 보호관찰관 감시 소홀을 틈타 잠적→검거→소재불명→검거를 반복했다. 이 팀장은 “정기적으로 만나 재범을 막기 위해 애썼는데 결국 이렇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1989년 소년 범죄자 선도를 하면서 시작된 보호관찰제도가 오는 7월이면 시행 20년째를 맞는다. 보호관찰제는 그동안 질적·양적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97년에는 성인 범죄자로 대상이 확대됐고 지난해 성범죄자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된 데 이어 9월부터는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도 보호관찰관이 담당한다. 하지만 업무가 크게 는 반면 인력 확충이 더뎌 제도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고속터미널역에선 노숙자 간 자리다툼 끝에 한 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 조모(62)씨는 아버지를 살해한 뒤 정신병력 때문에 보호관찰을 받는 조건으로 2007년 풀려났다가 다시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일 충북 청주와 충남 천안 일대에서 빈집만 골라 금품을 상습적으로 털다가 붙잡힌 고교생 9명 중 김모(18)군 등 2명도 보호관찰 대상이었다.

일부에선 범죄자 사회 복귀와 재범 방지라는 보호관찰 기능에 구멍이 뚫렸다고 지적한다. 그 속을 들여다 보면 현 상황에서는 유사사례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보호관찰관들은 고충을 토로한다. 사기도 땅에 떨어지고 있다.

동국대 이윤호 교수팀의 ‘보호관찰제도 20년 성과와 평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보호관찰관들은 ‘지금 업무가 원하던 일인가’라는 질문에 13.8%가 “별로 혹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저 그렇다”는 응답도 35.2%에 달했다.

‘보호관찰 업무를 지인에게 권유하겠느냐’는 물음에 “전혀 하지 않겠다”와 “별로 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각각 10.1%, 25.2%였다.

법무부는 지난해 성범죄자 전자발찌제를 시행하면서 전담 인력 61명을 두려고 했지만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책 기조 때문에 무산돼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 9월 시행되는 형사범 재판 전 조사와 벌금 미납자 사회봉사 집행 등으로 55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아직 확충 계획이 없다.

이런 탓에 보호관찰관들의 업무 가중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동부보호관찰소 박상순 계장은 오전 7시30분쯤 출근해 곧바로 야간 외출금지 명령을 받은 청소년들의 전날 밤 상황을 분석한다. 위반 청소년은 전화를 걸거나 만나서 또는 불러서 상담해야 한다. 그가 맡은 외출금지 및 집중보호관찰 청소년은 60명가량이다. 여기에 전날 저녁부터 출근 때까지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들의 이동 경로를 분 단위로 확인해 분석한다.

퇴근하더라도 전자발찌 착용자가 제한지역을 벗어났다는 신호가 들어오면 바로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의 소재 파악이 안 될 경우 ‘탐문수사’도 벌인다. 박 계장은 “‘경찰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생님도 사회복지사도 아닌 것이 보호관찰관’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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