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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 상태서 구제청구 어떻게… 인신보호법 '있으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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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6개월간 29건 청구… 구제 결정 전무
피수용자 현실과 괴리 … 개선목소리 제기
A씨는 지난해 8월 8일 서울중앙지법에 어머니에 대한 인신보호 구제를 청구했다. 여동생 둘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 재산을 노리고 어머니를 어디론가 빼돌려 버렸다고 생각해서다.

법원은 5개월이 지난 지금껏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A씨가 어머니 소재지를 정확히 적어내지 않은 탓이다. 법원에 조사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궁여지책으로 A씨 동생들에게 소재지를 물었으나 “모시고 있는 건 맞지만 어딘지 말할 순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법원은 A씨 동생들이 어머니를 본인 뜻과 무관하게 데리고 있다는 의심이 들면서도 별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법원이 정확한 주소지만 적어내면 어떤 식으로든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소재지를 알았다면 법원에 오기 전에 내 힘으로 뭔가라도 해봤을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억울하게 정신병원 등 시설에 감금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도입된 인신보호법이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시행 당시 새로운 인권보호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피수용자가 권리를 보장받기까지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인권 사각지대에 처한 피수용자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일부 법조항이 제도 정착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대법원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서 지난해 6월 22일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접수한 인신보호 청구 사건은 모두 29건에 이른다. 청구가 취하된 14건을 제외한 15건 중에 4건은 기각, 1건은 각하됐고 3건은 관할법원으로 넘겨졌다. 나머지 7건은 각 법원이 심리 중이다. 시행 6개월 남짓이긴 하지만 결국 법원 결정으로 구제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인신보호법은 정신요양원 등 각종 의료·복지·수용·보호시설에 수용 또는 감금된 사람이 부당하게 인신의 자유를 제한당한 경우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인신보호법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로 현실과 맞지 않는 청구 절차를 꼽는다. 인신보호법은 구제청구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피수용자 본인과 배우자, 가족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는 강제구금 상태에서 자구책을 취하기 어렵다.

지난해 9월 광주에선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생에 의해 강제로 입원됐다는 피수용자가 구제청구 절차를 몰라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검찰 등에 수차례 탄원서를 낸 끝에야 법원에 접수된 사례도 있다.

특히 강제입원 중에는 가족 요청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가족의 청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 정백향 대표는 “인신보호법상 지정된 시설의 피수용자에게는 의무적으로 구제청구 의사를 물어 법원에 통보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제 결정 과정에 인권단체와 전문의료기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함으로서 판사 부담을 줄여주는 절차도 필요하다. 피수용자가 정신감정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더라도 사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보니 판사들이 구제 결정을 망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전지법의 한 판사는 “피수용자가 강제 수용돼 있는지만 따지는 게 옳은데,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 봐 과거 병력이나 전과까지 살펴보게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법원의 심리비용을 구제청구자가 직접 부담하도록 하는 점도 논란거리다. 국선변호인 선임은 국고에서 지원되지만 전문가에게 피수용자의 진단을 받을 때는 구제 청구자가 부담해야 한다. 의료수급권자나 최저생계자의 경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객관적 자료를 얻기가 어렵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은 인신보호법의 소송 구조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피수용자가 제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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