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첫 신고자 “고시원에 흉기안뒀다”…계획범죄?

입력 : 2008-10-20 15:56:42 수정 : 2008-10-20 15:56:4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0여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논현동 고시원 ‘묻지마 살인’사건은 이 고시원 거주자인 회사원 L(34)씨가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지고 범인과 맞닥뜨린 위급한 상황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112와 119에 곧바로 신고를 하는 기지를 발휘해 더 큰 참극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L씨는 당시 범인을 피해 3층에서 뛰어내려 발목 골절상을 당해 현재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집에서 강남에 위치한 회사가 너무 멀어 고시원에 거주하던 L씨는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다며 신원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L씨의 와의 인터뷰 전문.

-방화 당시 상황은 어땠나.

“오늘 하루 휴가를 내서 쉬고 있었다. 3층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려서 오작동인가보다했다. 그런데 소리가 점점 커져서 문을 열어보니 연기가 보였다. 불이 났구나 해서 나가려는데 시커먼 옷을 입은 사람이 흉기를 들고 들어오는게 보였다. 다시 방으로 몸을 숨겼는데 옆방으로 가서 주무시는 아주머니들을 찔렀다. 문을 잠그고 112와 119에 바로 신고했다”

- 창밖으로 범인의 행동이 보였나

“그렇지 않다. 나중에 문을 열어보니 앞방과 옆방 문이 열려있고 아주머니들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처음에 범인과 마주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섬뜩하고 놀랐다. 방에서 나오기 전에 이미 옆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서 보통일은 아니구나라고 짐작은 했지만 문열고 나오는 순간 범인과 마주쳐서 아차 싶었다”

- 범인과 마주쳤는데 범인이 쫓아오지는 않았나.

“다행히 범인은 나를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경보기가 울린 후 비명소리가 들리고 한 것으로 보아 내가 있는 방 통로 말고 다른 쪽 통로에서 이미 한바탕 해코지를 한 것 같다. 나오기 전에 이미 비명소리를 들어서 보통 일은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고 그 사람을 보자마자 바로 상황 파악이 됐다”

- 얼굴은 자세히 봤나

“아침이라 빛이 들어와서 사물을 인식할 수는 있었지만 까만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보지 못했다”

- 어떻게 탈출했나.

“112, 119에 신고하고 다시 방문을 열었는데 아주머니들이 쓰러져있는 것을 봤고 범인이 아직 현장에서 나가지 않은 것 같아서 맞은 편 방의 비상구 창문을 통해 3층에서 뛰어내렸다. 완강기 로프를 붙잡고 마지막에 뛰어내려서 큰 부상은 아니고 발목 골절이다. 로프를 붙잡고 내려와 손이 다 까졌다”

-정확하게 신고한 시간은 몇시인가.

“오전 8시 30분쯤 경보기가 울린 것 같다. (휴대전화로 통화시각 확인 후) 처음 112 신고는 8시 40분이다”

- 정확하게 뭐라고 신고했고 경찰과 소방차가 도착한 시각은 언제인가.

“주소를 알려줬고 괴한이 칼 들고 난입한다는 얘기를 했다. 112에서 알았다고 했고 9시쯤 도착했던 것 같다. 신고하고 오래되지 않아 뛰어 내린 후 병원으로 올 수 있었다”

- 지금은 마음에 안정이 조금 되었나.

“처음에는 놀라서 병원에 온 뒤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치료받고 안정을 취하니 지금은 좀 진정됐다”

- 고시원에는 몇명이나 살고 있나.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한 70∼80명 정도 살고 있는것 같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해 사람들과 잘 알지는 못한다. 영동시장 부근에서 일하시는 조선족 아주머니들과 아침에 양복입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봐서 인근 직장인들이 많았던 것 같다”

- 범인이 칼을 들고 있었는데 고시원 주방에 칼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정진수 기자 yamyam198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